20여년전에 씌여진 소설임에도. 이 책의 문제의식은 현재진행형인 것 같다. 그래서 "시대를 앞선"이라는 표현을 쓴 게 아닌가 추측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데쓰코와 리사코 부부. 그러나 이들이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중요한 축이 될 뿐 이들이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실질적인 주인공은 미쓰키. 한 때 데이토대학의 미식축구부 출신의 인물들의 연말 모임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들의 모임에서 단골 화제인 듯 4학년 리그전에 대한 회상. 그런데 그 모임의 해산 후에야 나타난 미쓰키는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몸을 피해야 하는 상황에서 데쓰로 앞에 나타난다. 책을 읽으면서 미식축구의 룰이나 용어에 대해서 좀더 알았더라면 훨씬 더 재미있게 이야기가 읽혔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앞머리에서 언급된 4학년 리그전에 대한 회상 부분은 그냥 단순한 이야기의 도입부가 아니었다는 것은 이 책의 전체 줄기와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에. 그리고 또 하나 내가 일본 문화에 대해서 완전 문외한이라. 일본인들의 성의식에 대한 부분, 그리고 이름과 성을 연결한 전체 이름이 결혼 전후로 달라진다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인물을 파악하는데 다소 애를 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범죄추리소설이 가진 여러 가지 매력이 무척 잘 갖춰진 책인 것 같다. 아. 이런 이야기구나. 하고 생각하고 나면 계속해서 반전을 거듭한다. 살인 사건의 실제 범인이 처음에 생각했던 그 인물이 아니고, 인물들 간의 관계가 내가 처음에 파악한 그 관계가 아니고. 히가시노 게이고는 내 멱살을 잡고서는 이쪽 구석으로 나를 끌고 갔다가 잠시 후에는 저쪽 구석으로 끌고 갔다가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인 것 같다. 남과 여로 구분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해본 적조차 없는 내게.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자신의 타고난 몸과는 다른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끔 한 책이기도 하다.
내가 자주 읽는 히가시노게이고의 책 이지만 이번 작품은 또 다른 매력을 주었다. 이러한 매력이 책에 손이 가게 하고 그로 인해 다시한번 작가의 신작을 찾아보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