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으면서 '오베라는 남자'도 같이 있고 있는데 확실히 이 책이 진도가 잘 나간다. 엄격한 기준과 잣대로 매일을 터프하게 살아가는 오베와 멈춤과 나태를 간간히 갖추며 러프하게 살아가는 장기하의 삶을 비교하자면 장기하 쪽이 훨씬 본인에게 이롭겠지.
생각보다 장기하는 평범하다. 딱히 특이하지도 개성있지도 않은 느낌. 왜때문인지(?) 자꾸 아이유가 생각났는데 아이유가 나중에 에세이를 쓰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장기하의 글 중에 기억에 남는 건 '미혼'에 대한 것이었다. 결혼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만한 보람을 느낀다고 하는데 반대로 아이를 낳지 않은 사람들이 가진 보람도 있지 않느냐'는 논리였다. 이 대목은 상당히 아쉬웠다. 이건 미혼 혹은 딩크족의 가장 흔한 논리가 아닌가. 이 챕터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생각보다 흔한 논리와 소재로 글을 써냈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재밌게 읽었다. 유명인의 일상생활이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일상생활 역시 나와 크게 다를바 없었다. 갑자기 라면을 엄청 끓여먹고 하나하나 품평을 한다던가, 러닝 같은 평범한 취미생활을 하는데 이마저도 게을러져 잘 하지 않는다던가. 참 사람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재밌게 읽은 이유는 글솜씨나 글재치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래나 저래나 상관없다는 인생취향은 태교에 이로웠다. 부산에서의 마지막 한달생활 기차를 왔다갔다 하며 읽은 책인데, 힘든 그 여정이 다소 힘들지 않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가벼워서 좋았고 피식피식 웃을 수 있어 좋았다. 장기하의 노래 취향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글 취향은 내 취향이었다.
인생 살아가는 취향도 닮았으면 싶었다. 임신을 하고나서는 임산부로서 느끼는 한국 사회의 한계점이 급 와닿게 되는데 이에 대해 무뎌지려고 노력해야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임산부석에 누가 좀 앉아있으면 어때, 상관없는 거 아닌가? 라면이랑 커피 좀 먹으면 어때, 상관없는 거 아닌가? 우리 아가 건강하게 만나는 거 이외에 바랄 거 없이 무뎌지자. 최고의 태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