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자, 반사이익을 누린 곳이 있었으니, 바로 제주도다.
짧은 거리라도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서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곳이기 때문이다. 몇년 전부터 확산된 '제주 한달살기' 유행에 이어 제주도는 숙박료, 렌터카 비용 등이 천정부지로 올라 가고 싶어도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는 여행지가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래도 제주는 제주다. 언제나 가고 싶고, 바다를 끼고 올레길을 걷고 싶고, 올레길 따라 걸으면 나오는 작은 식당에 들어가 한치물회를 먹고 싶은 생각은 불쑥불쑥 머리 속에 떠오른다.
최근 읽었던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에는 친구의 부탁을 받고 제주로 떠나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곳에서 주인공은 오래 전부터 자신을 괴롭혔던 악몽이 제주의 아픈 역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황정은 작가님이 '조선과 일본에 살다'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들려주신 '백조일손지묘' 이야기도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다. 4.3사건 직후 정부가 무고한 양민들을 예비검속이라는 이름으로 검거하고 학살했는데, 이때 죽은 132명의 시신을 나중에 발굴하기는 했으나, 누구의 시신인지 알 수 없어 머리 하나, 팔 2, 등뼈 하나, 다리 2 등을 이어 맞춰 1명의 봉분으로 만든 것을 일컫는다.
아는 만큼 보인 다는 말은, 이 책을 읽으면서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 책에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 자연과 볼거리 등이 잘 정리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제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역사적 인물은 '김만덕 할머니'인지만, 제주의 현대사는 4.3사건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제주를 대표하는 문학, 미술, 영화 등은 전부 4.3과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는 4.3사건을 비롯해 그 이전 시기의 제주의 역사와 문화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또한 유홍준 교수는 조상들이 남긴 문화와 유적을 어떻게 지키고 보전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드러나는 대목도 많다. 이른바 '뽈대'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관료주의식 유전 보존 및 관리를 지양한다. 그 대신 유적의 본모습을 지키면서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제주처럼 육지와는 다른 문화와 전통을 가진 지역의 경우에는 고유의 특색을 보전하기 위해 민간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인문학적, 사회적인 고민을 하면서 제주를 여행한다면 다음 여행은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빨리 제주에 갈 날을 기다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