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책은 읽기 쉽지 않다. 전작에 비해서. 그래서 저자는 어려운 부분은 넘어가라고 친절하게 서문에서 밝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것은 어려운 것이다. 다만 저자를 위한 변호를 잠깐 남기자면, 추상적인 수학의 내용을 자연어로만 표현하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며,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인한 것이 아니다.
각설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수학에 대한 접근법과 관련된 것이었다. 대학수학, 특히 선형대수학을 처음 배우면서 고생을 겪었던 기억이 있다. 알 수 없는 추상적인 개념을 다짜고짜 풀어놓는 교과서의 방식은 대체 왜? 라는 의문만을 남겼고, 그로 인해 결과로 남는 학점 역시 안 좋게 남았던 아픈 추억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왜 교과서가 그러한 접근 방식을 취했는지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수학 역시 현실과 유리되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저자는 끊임없이 밝히고 있지만, 현실로부터 출발한 문제 의식이라고 해서 반드시 현실적, 더 정확하게는 구체적인 출발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론적,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추상적인 구조를 어렵게 이해하는 순간, 현실에 대한 이해를 돕는 사고의 틀이 갖추어지고, 이를 통해 문제를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새로운 문제를 창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령, 전작과 현작에서 계속 강조되고 있는 데카르트의 좌표를 보자. 왜 갑자기 좌표라는 개념을 도입하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친절한 교과서는 데카르트와 파리 위치 이야기를 싣기도 하지만, 이것으로 왜? 라는 질문의 갈증이 해결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마찰을 노력을 통해 극복하고 좌표라는 추상적 개념에 대한 이해가 생기는 순간, 우리는 기하학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위치를 좌표를 통해 해석할 수 있게 되면, 선을 일차함수로, 포물선을 이차함수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점과 점 사이의 거리를 루트와 제곱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는 원을 좌표평면 상에 도입하는데 커다란 힌트로 작용한다. 이는 기하학과 대수학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첫 번째 시도이며, 저자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수학 간의 연결을 나타낸다.
추상에서 현실로 나아가는 수학의 접근 방법을 알았으니, 과거와 같은 실패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을 것인가? 어렵게 써 놓긴 했지만, 나의 상술된 말은 결국 '꾹 참고 공부하다 보면 길이 보인다.' 정도의 말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의 나에게도 아는 것과 그것을 행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된다. 참을성이 부족한 나같은 사람을 위해, 이러한 시도를 통해 어떠한 결과를 성취하고 싶은지, 어떤 방향의 이해가 증진될 수 있는지 정도는 교과서 서문에 써 줄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친절한 안내를, 이 책처럼, 수학 교과서가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