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실제를 판단해온 환경과학자이자 경제사학자 바츨라프 스밀이 자신이 연구해온 모든 분야를 71가지로 나눠 총망라한 책이다. 분야는 사람과 인구, 국가부터 에너지 사용, 기술 혁신 및 기계와 장치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이 책에서 다루는 문제는 그가 1970년대부터 여러 책에서 추적해나갔던 내용이기도 하다.
그는 백신 접종을 의료적 관점이 아닌 '편익-비용 비율'이라는 경제적 관점으로 분석했다. 이때 활용한 건 2016년 미국 의료 전문가들이 저소득·중소득 국가 100곳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보급에 따른 투자 수익을 계산한 것이다. 이들은 백신을 제조·공급·운송하는데 필요한 비용과 발병·사망을 피함으로써 얻는 수익 추정값을 비교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백신 접종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16달러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에서는 21세기의 생활 방식이 1880년대 사회적 발전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화력발전과 수력발전은 1882년 처음 시장에 도입됐고, 현재도 세계에서 소비하는 전기 80% 이상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또 전기 덕분에 1889년 미국에선 엘리베이터가 생겨났고, 건물 또한 고층으로 지을 수 있었다. 이외에 볼펜, 자전거, 내연기관, 회전문, 전기다리미, 금전등록기 등이 발명돼 1880년대 미국인은 현대 미국인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식량 공급과 식량 섭취 등 변화하는 환경 상황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을 사실에 기반해 살펴보며 마무리한다. 육식이 건강에 좋지 않고, 환경 파괴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가축 사료를 위해선 엄청난 면적의 땅과 물을 이용해야 하고,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이 지구온난화의 원인 중 하나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는 육식을 그렇게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합리적인 소비는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2018년 전 세계에서 생산한 육류를 보면 돼지고기가 전체의 40%, 닭고기와 소고기가 각각 37%, 23%를 차지한다. 이 중 소고기는 사료를 투입해 소를 고기로 전환할 때 효율이 닭고기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그는 육류 생산량의 비율을 돼지고기 40%, 닭고기 50%, 소고기 10%로 바꾸면 전체 생산량은 같지만, 사료는 크게 절약해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책에선 통계에 기반해 모든 사회 현상을 설명하려 하지만, 숫자, 통계의 오류가 존재할 수 있다. 그 또한 단순한 수학적 계산으로 어떤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숫자를 넘어 적절한 맥락에 대입할 때 유의미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한 국가의 유아 사망률, 저축 수준, 에너지 사용량, 식습관 등 수많은 통계와 데이터를 역사적·사회적·국제적 맥락에서 비교 분석해야 그 참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