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이 2번째 이야기로 다시 찾아왔다. 청파동 골목의 작은 편의점을 무대로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렸다. 서울역 노숙인이 편의점의 야간 알바로 일하면서 시작되는 1편의 이야기는 예측불허의 웃음과 따스한 온기로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불편한 편의점 2는 전편의 위트와 속 깊은 시선을 이어가며 더욱 진득한 이야기로 가득찬다. 소설은 1편의 시간으로부터 1년 반이 흐른 여름날의 편의점을 스케치하며 시작된다. 그동안 세상도 달라지고 청파동의 ALWAYS편의점도 이모저모 바뀌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에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 도입부의 묘사는 소설 속 현실에도 코로나가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아들과의 불화로 답답해하던 선숙은 점장이 되었고, 편의점을 팔자고 조르던 염 여사의 말썽꾼 아들 민식은 사장이 되어 있다. 말이 사장이지, 민식은 경영에는 관심이 없고 수익 운운하며 주휴수당 같은 비용 줄이기에만 열을 올리니, 여러모로 ‘진짜로 불편해진’ 편의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던 중 독고의 후임으로 밤 시간을 책임지던 곽 씨가 그만두고 새 야간 알바를 구하면서 편의점은 다시 한 번 변화를 맞이한다.
근배는 놀라운 친화력으로 편의점을 찾는 손님과 동료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사연에 귀 기울인다. 취업에 계속 낙방하다 악명 높은 블랙 기업에 당할 뻔한 자신을 호구 같다 생각하는 취준생 동료 소진, 코로나 거리두기로 장사가 안 돼 매일 밤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혼술을 하며 전전긍긍하는 근처 정육식당 최 사장, 원격 수업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열악한 집안 환경과 엄마 아빠의 잦은 다툼에 상처받는 고등학생 민규. 근배가 이들에게 보이는 관심은 때로 ‘라떼’와 ‘오지랖’ ‘얄미운 잘난 척’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호의를 지닌 진심’은 결국 상대에게 전달된다. 심지어 그는 건달기와 허세로 가득한 사장 민식의 마음까지 움직인다.
근배가 속상해 울먹이는 소진에게 연갈색 음료를 건네고, 혼자 술잔을 기울이는 최 사장 옆에서 맥주처럼 보이는 음료를 들고 건배를 청할 때 우리의 머릿속에는 영락없이 독고가 오버랩 된다. 실제로 근배는 적막한 새벽녘에 자주 독고를 생각한다.
여덟 개로 이루어진 에피소드마다 중심인물이 바뀌는 서술 방식과 현실 어딘가에 있을 법한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 단번에 이야기 속으로 몰입하게 하는 힘 있는 스토리텔링은 여전하다. 불편한 편의점 2에서 인물들은 모두 고난의 계절을 통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교 암, 걱정 독”을 주문처럼 외우는 해맑고 태평한 근배조차도 그렇다.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재난은 그들에게 시련과 고민을 안겼고, 모색을 요구했으며, 제쳐두었던 일들을 돌아보게 했고, 진짜 삶을 생각하게 했다. 그 속에서 그들은 아픔을 나누며, 변화하고 일어나고 꿈을 꾼다. 작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용기를 낸다. 그리고 다시 함께 웃기 위해 애쓴다.
“24시간 내내 불 켜진 그곳이 방범 초소인 양 내 삶을 호위하길 원했다”는 염 여사의 말처럼, 골목길의 작은 편의점은 고난과 단절을 넘어 주인과 점원, 손님 모두에게 희망의 초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