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제목은 첫 번째 단편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야기 하나하나가 불편하고 장마날씨 같다. 짧게 끊어 쓰는 문장들이 속도감을 가지고 있어, 단편이지만 중편소설을 읽은 듯하다. 판타지 소설을 읽는 듯하기도 하고 현실을 반영하는 듯하기도 하다. 전래동화를 읽는 듯하다가도 충격적 이야기로 전개된다. 읽는 내내 찜찜하고 불편한데 멈추기가 어렵다.
토끼에 저주를 실어 선물하면 상대에게 복수할 수 있다는 설정을 가진 이야기로 시작한다. 왜 토끼 였을까? 사적으로 만들면 안 된다는 규율을 어기고 할아버지는 친구의 복수를 위해 저주 토끼를 만든다. 복수할 양조장 사장에게 선물된 토끼는 그 집 아들의 뇌도 갉아먹고, 회사의 모든 문서도 갉아먹는다. 그래서 토끼로 설정한 모양이다. 결국 그 집안은 망하게 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저주 토끼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걸 만든 할아버지도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뭔가 메시지를 찾아보려 해도 쉽지가 않다. 그런데 스토리가 허무하기도 하고 반전을 이끌어내려는 노력도 보인다.
인공지능 로봇 이야기도 나온다. 요즘 SF 적 스토리를 많이 읽어서 결말이 살짝 예견되었다. <작별 인사>와 비슷하게 경험을 공유하는 인공지능 이야기가 나온다. 결말은 비참하면서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인공지능도 점차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을 가지는 것일까? 변기에서 나오는 머리 이야기는 좀 음산하다. 재래식 변기에서 나오는 귀신 이야기와 유사하면서도 주인공을 어머니라 부르는 부분이 색다르다. 인간이 버린 찌꺼기 분신을 모아 젊은 날의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인간은 나이를 먹지만, 버려진 분신은 젊은 날의 모습 그대로 나와 어머니를 변기에 집어넣고 삶을 빼앗아 버린다. 괴기 스럽다고 하기에는 부족하고, 교훈적이라고 하기에는 허전하다.
임신한 여성의 이야기도 다소 황당한 설정을 가진다. 임신을 하고 아빠를 찾아야 정상적인 아이를 낳을 수 있다. 만약 아빠를 찾지 못하면 피덩이가 되고 만다. 이런 상상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메시지를 찾기가 만만치 않다. 어쩌면 찾으려는 자체가 무의미한 노력일지도 모른다. 이유 없이 끌려간 동굴 속 소년,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에게 뼛속 골수를 빼앗기며 스스로도 괴물이 되어간다. 탈출하여 인간세계로 돌아가지만 이용만 당하다가 한여인을 위해 괴물을 죽인다. 그런데 그 괴물의 죽음 때문에 온 마을이 폐허가 된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가 되기에는 메시지가 부족하다. 흥미롭게 읽었지만 마지막이 너무 허무하다. 여기까지 읽고 그만 읽어야지 하는데 다음 스토리를 다시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