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영웅 안중근’을 읽기 전까지 나는 안중근 의사를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인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 생각이 안중근 의사를 과도하게 단편적으로만 인식하는 것임을 절감했다.
그는 단순히 충성심과 복수심 때문에 이토 히로부미를 죽이지 않았다. 나라가 망해도 민족의 얼이 살아있다면 나라는 언제든 다시 세워질 수 있다고 보았다. 비록 두 나라가 편을 갈라서서 칼과 총을 들고 전투를 하지 않더라도 식민지 침탈은 학살과 저항의 반복으로 전쟁상태를 지속시킨다는 사실을 통찰했다.
민족의 영웅 안중근』은 ‘안중근이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상을 정립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했다. 저자 전우용은 우리 시대의 역사의식을 바로잡기 위해 정치 현안에 대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는 역사학자다. 그는 한국인들의 의식에 담긴 ‘근대적 개념어’에 관해 연구하면서 이를 활용해 시대를 뛰어넘는 선구적 사상을 정립한 사람이 바로 안중근이라는 사실을 밝힌다. 이 책에서 그는 안중근이 동양평화론을 세우기 위해 어떻게 기반을 마련하고 어떤 방식으로 사고했는지 세밀하게 분석한다.
제1부는 안중근의 삶에서 신화를 모두 걷어내고 그의 일생을 가감 없이 소개한다. 제2부에서는 안중근의 사상을 분석하고 그가 사형 직전에 저술한 동양평화론을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제3부는 안중근의 의거 직후 벌어진 사건들과 그에 대한 후대의 평가를 보여주며 안중근의 사상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중요성을 시사한다.
아시아 연대의 상징 안중근
우리 민족은 내부적으로 ‘이념 대립’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진보와 보수를 따지지 않고 안중근을 기렸다. 김원봉을 비롯해 대다수 독립운동가가 남한과 북한에서 각기 다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안중근은 북한에서도 영웅 대우를 받는다. 그런 점에서 안중근은 ‘민족 통합의 상징’이다. 안중근은 한반도를 넘어 일본, 중국, 러시아에도 안중근에 관한 기념물이 있고 일본인들 가운데서도 안중근을 위인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중근은 한국 민족주의의 상징이자 동아시아 연대의 상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