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자연은 우리 곁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돈이, 편의성이, 탐욕이 인간과 자연을 갈라놓았지요. 그 사이 자연의 한 조각이자,
생명의 보금자리인 주택도 이윤을 창출하는 상품으로 전락했습니다.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진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시대적 흐름이 바뀌는 듯합니다. 자연과 인간의 교감, 삶의 본질에 대한 성찰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반가워해야
할 현상입니다. 농어촌에 터를 잡고 새 인생을 꿈꾸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옥목수의 촌집수리』는 이들에게 이웃집 친구 같은
친근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무엇보다 집에 대한 저자 정종남의 순수한 열정이 아름답습니다. 자연의 선물들, 나무와 흙과 돌들을 그는 즐겨 사용합니다. 그가 시공한
돌담은 보는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고도 남습니다. 그의 동료인 돌담 장인의 정교한 작품 수준은 덕수궁 돌담에 못지않습니다.
튼튼하기로도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는 주변의 천연 재료야말로 가장 훌륭한 주택의 자재라고 믿습니다. 그는 자연 및 인간과
허물없이 소통하는 집을 추구합니다.
다양한 현장에서 체득한 정종남의 ‘실전 능력’도 돋보입니다. 천년 사찰과 수백 년 된 전통마을 고택들이 지난 10년 동안 그의 일터였습
니다. 장흥 보림사와 청도 적천사,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 안동 번남고택 등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을 복원·보수하며
그는 실력을 연마해 왔습니다. 근대의 한옥과 민가를 해체해 옮겨 짓거나 보수하는 것도 그의 일이었습니다.
입소문을 타고, 그의 솜씨를 찾는 이들도 있습니다. 고향 집을 외롭게 지키는 부모님들을 위한 자녀들의 요청으로 한옥 여러 채가 거듭
태어났습니다. 따뜻하고, 편리하고, 깔끔한 집으로. 귀농·귀촌인들에게도 그는 믿음직한 도우미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들의 다양하고도 까다로운 요구에 그는 성실히 답할 자세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단단한 이론적 토대와 깐깐한 배려는 그의 또 다른 강점입니다. 집 지을 터를 마련한 뒤, ‘내 집’을 완성하기까지 번거롭고 복잡한 법적·
행정적 절차, 구체적인 시공방법을 세심하게 정리한 대목도 손수 집을 고치거나 지어보겠다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고 믿습니다.
『한옥목수의 촌집수리』는 정종남의 지식과 체험, 그리고 따뜻한 배려의 기록입니다.
이윤에 집착하는 ‘업자’가 아니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정종남의 매력입니다. 그는 전통한옥의 멋을 시대에 걸맞게 오늘의 농촌에
구현하는 일 자체를 즐깁니다. 그래서 정종남의 눈빛이 아직 맑다는 점은 큰 위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