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교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를 계속해서 읽고 있다. 그런데 [산사 순례] 편의 다른 편들과 달리 도서가 좀 작고 하드한 표지를 하고 있어 뭔가 시리즈의 통일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책을 읽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한국의 사찰 중 7개가 2018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계기로 그간 저술한 시리즈에 포함되어 있던 사찰 중 16곳을 발췌하여 특별판 형식으로 편찬했기 때문이다.
많지는 않지만 시간이 날때문 전국 여러곳의 사찰을 방문한 나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고 연등까지 밝힌 통도사가 세계문화유산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더욱 애착이 가는 책이다.
본 도서는 사찰 입구의 일주문으로 부터 천왕문을 지나 대웅전에 이르는 동선과 사찰의 배치, 산세와 어떻게 어우러지고 있는지, 사찰의 유래와 유명한 스님들의 이야기, 현판을 작성한 인물 등 일반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을 설명하고 있어 문화적인 차원에서 사찰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저자는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이르는 코스가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순천의 선암사를 꼽았다.
선암사는 아치형 다리인 승선교와 이층 누각인 강선루, 자연미를 고려하여 비대칭으로 배치한 심인당 연못 등이 주변의 자연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삼인당 연못은 산비탈 한쪽에 조성한 것인데, 여름 장마철 큰 물이 오더라고 일단 저장하였다가 계곡에 방류하여 물난리를 극복하고자 하였다니, 옛 선조들의 지혜를 옅볼수가 있다.
문경 봉암사는 참으로 특이한 사찰이다. 사찰은 신자 여부를 막론하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지만 봉암사는 아무때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경 희양산 자락에 위치한 봉암사는 스님들의 특별 수도원으로서 부처님 오신날 오직 하루만 일반이의 출입이 허락되는 곳이다. 봉암사는 신라말기 지증대사가 세운 사찰로 도적들이 장악했던 희양산의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세웠다고 전해진다. 경내 뜰에는 지증대사의 사리를 모신 부도와 적조탑비가 있는데, 바로 그 적조탑비가 국보 315호로 지정된 보물이다. 아울러 신라말기 세워진 것으로 알려진 3층 석탑은 보물 169호로 지정된 소중한 국가 자산으로, 봉암사는 국보와 보물을 모두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곳이다.
저자가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찾았던 금강산 표훈사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표훈사는 금강산 4대 사찰 중 유일하게 전쟁의 참화를 피한 곳으로 신라시대 축조되었고 조선시대 2차례에 걸쳐 복원되기도 한 곳이다. 표훈사는 특히 보덕암이 유명한데, 보덕암은 자연굴인 보덕굴 앞 바위에 의지하면서 높이 20미터가 넘은 절벽 중간에 기둥 하나로 받쳐 세운 건물이다. 얼핏 보면 나무에 가려서 보이지 않고 바위에 어우러진 조각 으로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록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진다.
저자 덕분에 북한을 포함하여 한반도 전역의 16개 사찰을 경험해 볼 수 있었다. 부디 직접 금강산에 가서 보덕암을 실제로 구경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