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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착각
5.0
  • 조회 395
  • 작성일 2022-10-26
  • 작성자 김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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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정함에 대해 이야기할 때 기회의 공정성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출발점만 공평하게 배분한다면 그 안에서 노력을 다 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그에 따른 결과를 누리는 것이 공정한 사회라고 생각해 왔다. 요즘 정치에서, 교육에서 논점은 항상 기회의 균등함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모든 틀의 기저에 있는 능력주의의 정의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었다.

능력주의는 언제부터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었을까? 능력주의의 역사는 생각보다 짧다. 기독교의 핵심 교리는 자신의 행위가 아닌 신의 은혜로 구원받는다는 것인데, 역설적이게도 기독교에서의 신의 섭리에 대한 설명이 스스로가 스스로의 구원자가 되는 능력주의의 씨앗을 만들어 냈다. 프로테스탄티즘은 자본주의를 잉태하면서 동시에 행위주의적인 능력주의 또한 만들어 냈다.

언뜻 보기에 능력주의는 우리의 상식과 잘 맞는다. 노력한 만큼 가져가는 것은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태생에 따른 혈통과 가문에 따라 사회적 지위가 결정되던 과거에 비해, 본인의 노력으로 본인의 위치가 결정된다는 말은 달콤하게 들린다. 하지만 우리의 상식과 달리 능력주의를 신봉하는 미국사회는 능력으로 인한 계층 이동성이 유럽의 나라들에 비해 낮다.

자신이 누리는 것이 자신의 노력에 합당한 결과라고 생각하는 능력주의는, 승자는 오만에, 패자는 굴욕에 빠지게 만든다. 하면 된다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결과물에는 운과 사회적 환경, 타고난 것 등 다양한 원인이 영향을 미친다. 한다고 다 되지 않는게 현실이다. 재능과 노력에 합당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주변을 돌아볼 유인이 없어지며, 공동선과 배치되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질주의의 심화는 능력주의의 폐해를 극대화 시켰다. 고등교육은 사람을 선별하는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능력주의 사회의 기반을 더욱 튼튼히 다졌다. 결과적으로 노동의 가치에 대한 평가도 하락하게 되었고, 모든 것을 돈의 잣대로 바라보게 되었다.

사회적 불평등을 줄여줄 방안은 전국민의 고학력화가 아니라 학력과 무관하게 사회 기여와 목표의 도덕성 등 가치로 평가받고 노동의 존엄성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돈으로만 평가하는 기존 사회에서 배제되었다고 느끼는 계층은 사회적 인정을 통해 공동체에 기여하며 자신의 삶에서 만족을 얻게 될 것이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 등은 능력주의 관점으로 명쾌하게 해석된다. 저자의 이러한 통찰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앞으로 해결책을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을 준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 내린 능력주의를 과연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동시에 든다. 인지도 높은 세계적인 석학의 통찰력 있는 분석과 해답이 책으로 나온 지 2년이 되었으나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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