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화해는 가정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이자 작가인 저자 자신이 실제 상담한 내용을 모아 책으로 출간했다. 과거 한국일보에 연재된 내용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것인데 최근 여러 방송과 미디어에서 그녀가 전하는 내용의 초본집과 같다고 보면 되겠다. 수많은 실제 사례를 풀어내면서 오랜 기간 동안 인간의 내적상처에 관심을 가져온 저자의 의학적, 사회적 연구의 적용, 실제적인 개선 효과 등이 상세히 기술되었다. 여러 사례를 소개하는 저자의 설명에서 의사로서의 전문적이 역량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동시에 포착된다.
책에는 수많은 내담자들의 사연이 나온다. '나'로 기술되고 있는 내담자들은 각기 다른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그런데 그들이 공유하는 동인이 있다. 바로 가정의 상처이다. 부모, 자식, 남편, 아내의 위치에서 가지각색의 사연과 이유로 '나'가 된 내담자들의 상처는 한결같이 깊고 치명적이다. 영혼까지 파고드는 '나'의 상처와 억압은 정상 인간으로 살지 못하게 하는 저주와 같다. 쉽지 않고 치명적이지만 그래도 그것을 벗어나야 함을 저자는 일관되게 강조하며 치유한다.
책 내용 중 깊게 공감한 대목이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돈이나 명예나 학력이 아니라 결국 따뜻한 기억, 행복했던 추억뿐이라는 걸 일깨운 부분이다. 이는 인간의 삶이 이런 추억과 기억에 의지해 살아간다는 걸 알려준다. 이 대목에서 아주 오래전 기억이 호출됐다. 초등학교 저학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낮잠을 자다가 눈을 떴는데 아빠와 엄마가 동시에 나를 사랑스러운 미소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생생히 기억나는지 모른다. 그리고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정확한 시기는 모호하지만 당시 그 장면만은 완벽한 캡쳐로 남아 내 기억에 아로새겨졌다. 우울하고 일이 풀리지 않을 때마다 그때의 기억을 소환하며 고비를 넘겼다. 저자의 말대로 결국 우리 인간은 이런 에피소드로 살아가는 존재인 것이다.
오은영의 화해는 상처받은 내면의 나와 마주하는 용기라는 부제를 여러 내담자들의 사례를 통해 입체적으로 통찰하는 나를 찾는 교과서이다. 내가 그토록 자기계발서를 비판하면서도 자기계발서에 살짝 걸쳐 있는 이 책을 탐독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