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과학책을 정독하는 것에 꽤 어려움을 겪어 왔던 완전 문과생인지라 이 책을 고르는데 있어서도 주저했었다. 하지만, 꽤나 인기있는 책이었고 과학과 인문학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하는 점에 과감히 책을 골랐던 것 같다.
책을 모두 읽고난 뒤 다시 책 맨 뒷면에 다양한 책 추천글을 다시 보게 되었다. 추천글 5~6개 모두 이 책을 잘 묘사한 내용인데, 그 중 "나는 이 책의 주소지에서 역사와 생물학과 경이와 실패와 인간의 순전한 고집스러움이 만나는 교차로에서 살고 있다. 이토록 호화롭고, 놀랍고 어두운 환희" 라는 문구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이 보다 이 책의 전체를 설명하는 내용이 있을까?
하여튼 책은 어류연구에 평생을 바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끈질기고 집요한 확신에 의문을 가진 과학전문기자(과학자의 딸)가 그의 행적, 책, 작품 등 그의 일생을 쫓아 가는 것을 큰 줄거리로 볼 수 있다.
물고기를 분류하는 것에 매달리며 수년동안 몇천개의 표본을 구하고 거기에 이름표를 붙이던 중, 지진으로 인해 조던이 한 평생 노력해왔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버린 순간에도. 다시 바늘을 들어 실을 꿰고 이름표를 물고기 표피에 바느질을 하면서 다시 폐허를 딛고 나가려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그 노력 근원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은 나약한 인간인 나로서도 매우 궁금한 지점이기는 하다.
그런데 아들 및 아내의 죽음, 친구의 죽음 등 다양한 절망과 좌절 속에서도 꾸준히 아니 더더욱 몰두하며 물고기 분류에 집중하는 것을 볼 때면 이것은 낙천성의 방패로 설명하기 보다는 집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서서히 나기 시작했다. 때론 스멀스멀 미스테리 영화같은 구석이 조금씩 나오는 것도 볼 수 있었다.
결국, 집착으로 해왔던 물고기의 분류가 사실상 일일이 분류화될 수 없던것이며 어류라는 집단으로 묶을 수도 없다는 것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만나게 되고서는 역시 조던의 연구가 자기기만이고 자기집착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거의 나중에 가서야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책의 제목의 내용을 알게 되는 것이다.
책 말미 우생학을 쫓은 조던의 얘기나 스트리크닌이라는 독으로 물고기 뿐만 아니라 스탠퍼드도 암살한 것이라는 등의 충격적인 사실이 등장하기는 하나, 결국 물고기뿐만이 아니라 우리 인간 개개인 역시 어떠한 카테고리안에 분류될 수 없는 존재로 각자 다른 개성과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는 점이 작가가 얘기하는게 아닐까?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중요해요, 우리는 중요하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