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과 일본인은 과연 얼마나 다를까?
한국의 공연장이 떼창으로 가득 찰 때, 일본은 왜 기껏해야 조용히 박수만 칠까? 한국에는 온갖 의미의 다양한 욕이 존재하는 반면, 일본에는 왜 딱히 욕이랄 것이 없을까? 한국인들이 여럿이 어울리는 롤플레잉 게임(리그 오브 레전드 등)을 즐길 때, 일본인들은 왜 혼자서 하는 콘솔 게임(닌텐도 등)을 좋아할까? 한국에는 왜 프로불편러가 많을까? 일본인은 왜 빈집에 돌아와서도 인사를 할까?
가까운 것 빼면 거의 모든 게 다른 두 나라 한국과 일본은 놀랄 만큼 다른 삶의 양상을 보인다. 일본인들이 이세계(異世界)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 속에서 갈등을 외면하고 환상의 세계로 도피할 때, 한국인들은 〈오징어 게임〉 〈미나리〉 등을 통해 고통스러운 현실을 직시하고 ‘관계’에서 희망을 찾는다. 일본에서 ‘여자력’으로 무장한 소녀들이 귀엽고 순종적인 매력을 발산할 때, 한국에서는 〈스우파(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쎈 언니들이 편견을 ‘찢고’ 무대를 휘어잡는다.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다. 빌보드 1위를 석권한 BTS부터 한국적인 콘텐츠로 승부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 넷플릭스 전세계 1위에 오른 〈오징어 게임〉 등 당장 눈에 띄는 지표들뿐 아니라 한류에 힘입어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가위바위보를 해도 일본은 이겨야 한다”는 말을 농담처럼 내뱉던 한국은 2019년 한국에 대한 일본의 갑작스러운 무역 제재에도 놀랄 만큼 타격을 입지 않았고, 코로나 팬데믹에도 K-방역이라는 빠른 대처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랫동안 ‘넘사벽’이었던 일본은 더 이상 없다. 많은 분야에서 한국은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심지어 어떤 분야는 일본을 넘어서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했을까? 답은 문화에 있다. 여러 권의 저서를 펴내고 강연 활동을 지속하며 오랜 기간 ‘문화’에 천착해 온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문화가 한 나라와 그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우리의 눈앞에 낱낱이 펼쳐 보인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아 온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 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저자가 해 온 연구의 최정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곳곳에 담긴 문화심리학 이론과 학술적으로 숙성된 견해는 단순히 두 나라를 비교하는 것을 넘어서서 문화심리학 입문서로도 손색이 없다.
이 책은 가깝고도 먼 나라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사람들이 하는 수많은 행동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그 출발점을 밝힌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과 행동에 주목하다 보면 끊임없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결론으로 되돌아올 뿐이다. 하지만 그 아래 깊고도 단단하게 자리잡은 문화를 되짚어 가면 엉망진창으로 얽힌 오해의 실타래가 한순간에 풀어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