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잠시 인플레이션 부담이 있었지만 '일시적'이라고 했던 연준과 시장의 믿음이 이런 부담을 묻어버렸기에 주식시장이 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러나 이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었고, 금리가 뛰어오르고 있으며, 연준 역시 스탠스를 180도 바꾸어버렸습니다. 불안감이 커진 만큼, 그리고 인플레이션에 익숙하지 않은 시장인 만큼 거시경제 환경 변화는 더욱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환경의 변화가 현기증 날 정도로 빠르다면 어떤 전략을 쓰는 게 좋을까요? 어떤 특정 국면을 가정하고, 그 국면에 강한 자산을 몇 개 깔아두고 쟁여두는 전략을 쓴다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수수방관하고 있던 메이저급 인플레이션 파이터인연준이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던 2022년 1월에는 연준도 3~4차례 정도 금리 인상(0.75~1.0% 수준)을 할 거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쉽게 꺾이지않는 물가 상승세를 보면서 2022년 4월 23일 지금은 2022년 내에3.0%를 넘는 수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습니다. 이미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던 70년대의 연준이 지금의 연준에게는 중요한 반면교사가되었겠죠. 물론 공급망 이슈 등의 변수는 존재하겠지만, 그리고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70년대와는 다른 흐름이 나타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40년 만에 찾아온 인플레이션인 만큼 한동안 고물가 환경을 고민해보지 않았던 투자자들에게는 투자의 난이도를 크게 높이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겠습니다. 변해버린 연준은 그동안 저성장·저물가 국면에서 항상 시장을 구해주었던 든든한 해결사가 사라졌음을 의미합니다. 이 역시 투자 난이도를 높이는 부담스러운 요인이고요.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가 워낙 빠르게 나타나기에 이럴 때일수록 특정 자산으로의 집중보다는 다양한 분산투자 전략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본문에서 ‘4대 분산‘을 전해드렸던 바 있는데요, 촘촘한 분산은 이런 어려운 투자 환경에서 살아남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의 경제 환경에 집중하기보다는 지금의 환경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유연한 투자를 하라는 조언도함께 드렸습니다. 현재의 고물가 상황에서 최악의 국면인 저성장·저물가로의 추락 시나리오도 감안할 수 있겠지만, 국제 공조와 연준의 유연한 정책 대응 속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고성장·저물가 시나리오 역시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천성이 낙관적이기에, 그리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기에 고성장·저물가의 그림을 베스트라고 생각합니다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포트폴리오 내에 금이나 달러와 같은 자산에 대한 적립식 형태의 투자도 일부 고려해보시길 당부했습니다. 세계 경제가 무탈하게 돌아갔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경제 활동 속에 잡음이나 걱정, 갈등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겠죠. 그렇지만 인류의 역사는 항상 어려움 속에서 보다 나은 솔루션을 찾고, 공조 속에서 발전해왔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만나는 인플레이션역시 그런 어려움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파고 속에서 살아남아야 역경 뒤에 찾아오는 경제 발전의 과실을 함께 누릴 수 있겠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을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라고 정해보았습니다.
버블 붕괴 직전 주가 상승의 기울기가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보다 높아지면서 강하게 치고 올라가는 나스닥을 보면서 그 뒤에 이어질 15년간의 부진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1970년대 원자재 투자 인기, 2000년대 브릭스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 투자열풍, 2010년 초반의 국내차·화·정버블, 2000년대 초반 미국나스닥 버블에 이르기까지 상당 기간 매우 강한 투자의 쏠림이 있었던 사례, 그리고 그런 쏠림 투자로 인한 충격에서 벗어나는 데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던 사례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저는 원자재 투자나 미국 대형성장주 투자가 좋다, 혹은 나쁘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인플레이션 국면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원자재에 분산 투자하는 것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글로벌 전체에서 가장 차별적인 성장성을 갖춘 미국 대형 성장주 역시 아주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살아남고자 원자재투자로만 쏠리거나, 혹은 미국 대형 성장주 투자로만 쏠리는 것에 대해서는 확실한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주가와 금리가 함께 움직이면 주식과 채권의 분산 투자 효과가 있는 것이고, 반대로 움직이면 분산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주가와 금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아니면 반대로 움직이는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좋아질 것인지, 나빠질 것인지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지금 좋고 나쁜 것은 이미 현재 자산 가격에 반영되어 있겠죠. 그렇지만 좋아지고 나빠지는 정보는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을 겁니다. ‘선반영’이라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좋아질 것인지 나빠질 것인지를 미리 반영해준다는 의미입니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어렵죠. 현재 상황으로 보았을 때, 그리고 현재까지를 판단했을 때 그렇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가격에 반영이 되었다고 보면 됩니다. 그럼 투자 대상을 다음과 같은 4가지 케이스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1) 지금도 좋고 앞으로도 좋아지는 자산
(2) 지금은 좋지만 앞으로 나빠질 수 있는 자산
(3) 지금은 별로지만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 자산
(4) 지금도 별로고 앞으로도 크게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자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