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로서 담론은 '담화하고 논의함'이라는 의미로,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담론과 소통이 구분지어지는 점은 '논의한다'는 점에 있다. 이 책은 저자인 신영복 교수가 피부암 투병중 성공회대학에서의 실제 본인 강의를 녹취한 녹취록을 토대로 재구성한 강의록 모음이다.
우리는 이 책을 집어들며 유명 교수의 강의를 활자로 읽어봄으로써 무엇이든 배우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의 도입부에서부터 저자는 자신은 책을 집필하지 않고, 책을 '냈다'고 강조하면서, 강사와 청강생의 관계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며 강의는 설득하고 주입하는 것이 아닌 타인의 경험을 통해 나의 경험을 찾아 확인하여 공감하고 깨우치는 것이라 말한다. 구전으로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그의 강의는 활자로 남게 되었고, 그 속에는 그의 일생 동안 거쳐왔던 사색, 고찰 등을 통해 스스로 도출해본 인간에 대한 정의 그리고 비판이 남아있다. 강의실 밖으로 나온 강의는 계속해서 많은 독자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활자를 통해 논의점을 던지고, 독자는 그의 강의에 대해 스스로 다시 논의한다. 강의를 모은 이 책의 제목이 왜 '담론'인지 설명되는 부분이다.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고전에서 읽는 세계인식'에서는 동양고전을 요약 설명하며 고전속에서 깨달은 삶에 대해 서술하고 있고, 2부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은 저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인간에 대해 이해와 자기 성찰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인문학적 기초가 없는 경우 책의 구절들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고, 나 역시 마찬가지로 책을 읽는데 꽤나 애를 먹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내가 고민하는 수많은 것들은 과거의 천재들이 이미 고민해본 것이며, 이를 엿볼수 있는 것만으로도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며, 과거의 천재들의 사상에 공감하며 나를 다시금 돌이켜볼 수 있게 된다. 2부로 넘어와 신영복 교수의 옥살이와 그의 인생사를 잠자코 읽다보면 또다시 깨우치는 것이 바로 '공감'이다. 강의속에서 저자는 공감을 강조한다. 현대 사회는 수많은 정보들이 너무나도 빠르게 흐르고 있고, 그 속에서 온전한 나의 사상과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나를 지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점점 우리 사회는 이웃에게서 더욱 빠르게 멀어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공감은 내게서 멀어진 이웃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고, 상대를 바라보면서 나 자신을 돌이켜보게 되어 잃고 있던 나를 다시금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가볍게 읽고 넘어가기에는 다소 많은 분량과 광범위한 내용들로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만큼 여유를 가지고 한 문장씩 차근차근 읽어나간다면 정신없는 일상 속 잠시 멈춰 볼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