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리지 않는다>는 우리가 경험하고 느끼고 알고 있는 '시간'이 대체 무엇인지를 물리학적,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책이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왜 과거는 떠올릴 수 있고 미래는 떠올릴 수 없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시간과 우주의 시간은 같은 것일까? 등등 카를로 로벨리는 이 책에서 시간에 관한 수많은 질문들에 대해 답한다. 그는 “시간에 어떤 순서나 질서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거시 세계에서 바라본 우주의 특수한 양상일 뿐, 보편적인 본질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인간 지각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우주의 원초적 시간에는 순서나 질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흐름이 없다’는 것이다.
시간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시간에 대한 익숙한 ‘틀’부터 하나씩 깨트린다. 우리가 시간에 대해 가지고 있는 통념은 ‘유일성’, ‘방향성’, ‘독립성’으로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우주에 유일한 단 하나의 시간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다. 또 시간은 과거에서 미래를 향해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시간은 다른 어떤 존재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규칙적이고 일정하게 흐르는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틀렸다고 이 책에서 말한다. 시간의 특징적인 양상들 하나하나가 우리의 시각이 만든 오류이고, 근사치들의 결과물인 것을 말해준다.
정리하자면 시간이라는 체계는 지구라는 특정 행성의 인간이 만들어 낸 사회적인 규칙이며, 오로지 우리 인간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기억과 상상의 산물일 뿐이기에 무질서하게 공간과 사건으로 흩뿌려져 있는 거대한 우주를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단조로운 인간의 시간체계로 파악하고자 하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지금 현재도 흘러가는 이 시간에 대하여 지속적인 호기심을 불러들이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저자가 수년동안 탐구한 것을 책 몇 시간 읽으면서 이해하기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나는 확실히 읽기 전과는 달리 이 책에서 말하는 '시간'은 물론이고, 우리와 밀접하지만 미지의 영역이 있을 무언가에 대해 탐구하고 싶다는 흥미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