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와 표상의 세계라는 책은 개인적으로 한번은 읽어보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었다. 읽어보니 한 번의 도전으로는 부족할 것 같다. 동양의 힌두교와 불교의 색채를 느낄 수 있고, 불교의 법공 사상과 흡사한 느낌을 받았다. 사상적 원천은 플라톤(현상계와 이데아계), 칸트(반합리주의 철학), 우파니샤드(현상계가 가상 세계)에 있으며, 특히 칸트의 영향이 크면서도 부분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인간은 처음에는 보고 듣고 느끼느라 바빠서 자각하지 못하나 오감을 자각하는 순간이 온다. 인간은 주체이면서 객체일 수 있는 존재이다. 인간은 살아 있음 자체가 고통이어도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존재이다.
선험, 후험, 이데아, 마야의 베일, 사물자체 등은 어려운 개념이며 좀 더 풍부한 이해력과 철학의 기초 공부가 필요해 보인다. 동양 철학의 사상을 서양의 사고방식으로 풀이하면 이렇게도 나타낼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진하게 의미를 호소해오는 구절들을 정리해 본다.
의지
-. 모든 만물을 지금 그것으로 존재하게 하는 힘, 내적 원리, 생명의 원리, 생명 에너지, 자연의 힘, 중력, 자기력, 물자체(칸트와 차이를 보임).
-. 의지와 조화될 때 고통의 바다를 건널 수 있다.
-. 개인적으로 동양의 공(空), 명덕(明德), 양심(良心), 인의예지(仁義禮智), 내면의 근본원리를 설명하는 느낌이다.
표상
-. 우리가 파악하는 것의 총체, 감각에 의하여 획득한 현상이 마음속에서 재생된 것이다.
-. 인간만이 세계가 표상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 세계가 표상이며, 의지가 있어 세계를 표상 가능하게 한다.
-. 신체는 표상화된 의지이다.
-. 인간은 무엇인가를 보고 인식하는 존재이고, 객체는 주체 없이 절대로 표상될 수 없다. 주체와 객체가 동시적으로만 존재한다.
-. 우리 인간은 태어나보니 이미 이런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 충분근거율(불교의 인과 법칙을 나타낸 것으로 보이며, 존재, 생성, 인식, 행위 4가지)이 모든 표상을 지배하는 법칙이다(책에서, "원래 노란 분필이어서 노란 분필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며 인간은 그 사물을 노란 분필이라는 표상으로 포착한다" 라는 것이 정확하다).
-. 생긴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보는 방식대로 볼 뿐이다(일체유심조 느낌),
-. 모든 표상은 공간적인 위치와 시간적인 흐름 속에서만 파악되며 시간과 공간은 개체화의 원리이다.
-. 가해자든 피해자든 모두 의지의 작용에 의한 것이고 의지의 작용이 현상으로 구현된 것일 뿐이다(의지의 맹목적 움직임에 휘둘린 것일 뿐, 사물 자체 즉 물자체 와는 관계가 없다, 법공을 설명한 것으로 느낌).
-. 악인에게는 개체화의 원리가 절대적인 칸막이이지만 정의로운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개체화의 원리를 깊이 인식하여 자기 이외의 존재를 자신과 동일시하여 그 존재를 해치지 않는다. 나와 남의 구분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다(개인적으로 양심을 더 잘 느낀다는 의미로 해석). 덕이 가능해지는 것도 나나 남이나 모두 의지의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