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매우 신기한 책이다.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읽기 시작했을 때,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과학자에 대한 전기처럼 느껴진다. 조던이 어린 시절에 어떤 계기로 과학이라는 학문을 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식물과 별에 대한 사랑을 어떤 방식으로 키워나갔는지를 꽤나 낭만적으로 서술하고 있기 떄문이다. 그리고 이런 식의 서술은 책의 중후반까지도 지속된다. 그런 와중에도 중간 중간에, 이 조던이라는 인물에 대해 자꾸만 갸우뚱하게 만드는 서술이 나온다. 이 사람은 흔히 말하는 '좋은 과학자'인가? 아니면 '나쁜 과학자'인가?
그와 동시에 저자의 어린시절, 과학자였던 아버지가 항상 말씀하시던 '인간은 중요하지 않고, 이 삶은 아무 의미도 없다(과학과 전 우주적 관점에서)'라는 말이 저자 삶에 미친 영향 등을 서술하는 전개도 펼쳐진다. 저자의 이 삶이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또 어떠한 연관관계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질 무렵, 책의 내러티브가 급변하게 된다.
이렇게 잔잔하게만 흘러가는 듯 보이던 책이, 갑자기 어느 한 순간 방향을 확 틀어 '낭만의 과학자'를 '끔찍한 인종차별주의자'로 탈바꿈시키는데, 이 급작스러운 태세전환이 공포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실제로 후반부부터 책은 거의 스릴러물이나 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이러한 전환점이 책에 대한 세간의 평이 '독특한 책'이라는 데 한 몫을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느 한 과학자의 일생과 전기도, 그를 찬양하는 것도, 과학의 어느 한 분야를 설명하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에세이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우울증으로 점철된 삶과 성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에 대한 결론이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설명, 그리고 한 명의 과학자를 곁들여 당연한 것을 이야기하지만, 그 이야기하는 방식이 당연하지 않아서 새롭고 특별하게 느껴진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기준을 나누고, 분류하고, 이름 붙이고, 틀에 맞춰서 사는 것은 깔끔하고 편리하다. 하지만 자연은 혼돈을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혼돈이라는 것이 비과학적인 듯 보여도 과학이라는 아이러니. 호불호가 갈릴 책인 듯 싶지만, 나는 매우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