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가 9년만에 내놓은 작별인사.
SF소설인줄 알았는데 철학책이다. 책을 읽고 나니 제목도 굉장히 심오하다.
불멸의 생을 살 수 있는 휴머노이드의 인생. 로봇의 인간다움. 인간과 로봇의 경계. 과연 인간다움과 존재의 가치는 무엇인지.
작가의 말 중에 ‘본인이 생각하는 기계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는 고백이 낯설지 않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주인공 철이는 인간으로 등장한다. 적어도 처음에는. 아버지와 교감하고, 인간적인 생체기능(자고, 음식을 먹고, 배설을 하고)도 갖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무등록 휴머노이드라며 수용소에 끌려간다.
그때부터 고난은 시작된다. 철이는 본인이 인간이라고 주장하지만 주위는 다 알고 있다. 사실 이미 그 전부터 복선은 깔려 있었다. 엄마는 원래 없고,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는 아버지의 경고 등등. 철이는 하이퍼 리얼 휴머노이드다. 반면 수용소에서 만난 선이는 인간이다. 그러나 가장 비인간적인 유전자 복제인간이다.
이 책은 로봇과 인간이 함께 사는 세상에서 자신이 로봇일 것이라고 의심해본 적 없는 철이가 그곳에서 만난 복제인간 선이와 초기 개발모델인 휴머노이드 민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수용소에서의 생활, 어려운 탈출과정, 민이를 잃은 슬픔, 아빠를 다시 만나고, 선이를 통해 비록 휴머노이드지만 인간다움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 필멸을 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인간은 무엇이고 로봇보다 나은 것이 무엇이며, 미래 우리는 로봇과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 잠시 공포스럽게 고민해보게 만든 작품이다.
인간의 행위와 동일한 하이퍼리얼 휴머노이드인 철이와 인간이기는 하나 비인간적으로 유전자 복제된 선이 중 누가 더 ‘인간’에 가까울지 헷갈리기도 했다.
해답은 소설 마지막에 등장하는 ‘빨강머리 앤’에 있다. 인간은 역경과 고난을 견디며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하는 것이 인간이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죽음을 택하는 철이의 모습을 보며 결국 인간이 로봇보다 더 나은 삶이라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론을 보면서 다소 허무함도 느껴졌다.
그리고 아마 몇십년 후면 우리는 소설과 같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많은 부분을 로봇에 의지한 채로, 반인간 반로봇이 과연 인간인지 로봇인지 토론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