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시작은 빛의 성질에서부터 시작한다. 빛이 직진하는 성질, 반사하는 성질, 빛의 이런 성질들로 인해 우리는 사물의 형태와 색을 인지한다. 사과가 빨간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사과가 빨갛기 때문이 아니고 사과가 빨간색을 반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과 전공인 내가 이 책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런 빛의 성질에서부터 이해하고 짚고 넘어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총 4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소제목이 '빛을 조명하는 네 가지 인문학적 시선'인 것처럼, 4개의 챕터는 각각의 인문학적 컨셉을 담고 빛에 대해 서술한다.
첫 챕터 "빛에 대한 오해들"에서는 우리가 지금껏 당연하게 여기면서 정작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했던 빛의 성질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
두 번째 챕터 "빛과 사람"에서는 인간의 삶에서 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요소인 빛을 인간의 몸과 마음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가령, 노화가 진행되면 더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빛의 파장이 젊을 때와 다르다는 것, 흐린 날 사람들의 기분이 울적해지는 이유 등 우리가 의식해서 행동하지 않는 무의식 속에서도 우리는 빛의 영향을 무수히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세 번째 챕터 "빛과 공간"에서는 우리는 이 빛을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본래 직업은 조명 디자이너인 조수민 작가의 전문적인 견해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들이 참 많다. 기억에 남은 이야기는 '아파트 조명' 이야기로, 저자는 아파트 조명이 멋없다는 것에 불만이 많아서 멋드러진 조명을 제작하기 위해 오랜시간 고민을 했지만 결국 그는 다른 아파트와 다를 바 없는 멋없는 조명을 설치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실제로 입주하는 사람이 그 장소를 어떻게 활용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조명은 모양도 중요하지만, 빛의 방향, 분위기, 직접등ㆍ간접등 여부 등을 고려해야하지만 결국 사용하는 사람의 니즈를 반영해야 결과가 나오는 것이므로 적합한 조명을 설치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었다.
마지막 챕터 "빛과 사회"에서는 우리의 편리를 위해 만들어진 빛이지만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 생명과 공존가능한 빛의 사용법을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한다고 이야기한다.
도입부에서 약간 공학적인 내용으로 지루하고 딱딱한 책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작가가 빛을 다루는 분, 특히 공간의 빛을 다루는 분이라 그런지 독자를 끌고 가는 문장에 온기가 가득하다. 무척 이론적이고 경직된 이야기일수도 있는 내용들이, 세밀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본 빛의 다양한 얼굴들을 따스한 수필을 접하는 것처럼 천천히 다가오도록 하는 문체가 굉장히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