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조 멸망에서부터 문화대혁명에 이르기까지, 삼국지 보다 더 흥미로운 것이 바로 중국 근현대사인듯하다. 중화민국 탄생, 공산당 창당, 북벌전쟁, 항일전쟁, 국공내전과 분열 등 격동의 시기가 있었고, 혁명가·지식인·예술인 등 수많은 재자와 가인들을 통해 펼쳐지는 인생이 존재한다. 이 책에서는 오늘날 국부로 존경받는 쑨원, 대범한 혁명의 후원자 쑹자수, 마오쩌둥의 실책을 비판한 전쟁의 신 펑더화이, 장제스 마오쩌둥과 천하를 삼분한 장쉐량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문화인들의 행복한 살롱 ‘이류당’, 혁명가들의 얽히고설킨 연애와 사랑 이야기 등을 흥미진진하게 펼치고 있다.
저자는 “내가 쓰는 이야기는 모두 기록 속에 있다”고 말하는데 일기집, 서한집, 회고록 같은 1차 자료를 통해 무미건조한 역사 이면의 진짜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들춰냈다. 책을 살아 있게 만드는 풍부한 다큐멘터리 사진들은 이야기에 리얼리티를 부여하며, 그 자체로 역사의 선연한 한 장면이었다. 격동의 중국 근현대사는 숨가쁘게 전개되며, 그 역사를 만들어가는 자들은 하나같이 진한 사람 냄새를 풍긴다. 풍전등화의 위기 앞에 구국을 결단하고, 뜻이 다르면 철천지원수처럼 결별하는가 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어 다시 뭉치기도 한다.
정치적 격변과는 아랑곳없이 드높은 학문 세계에서 노닌 학자나 지식인, 문화인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괴팅겐대학 도서관에서 동방 고문자 연구에 열정을 바친 지셴린은 여든이 넘어서까지 도서관 열람실을 드나든 국보급 학자였고, 독일 유학을 마치고 자본론을 들고 들어온 마이푸는 젊은 시절 이미 사고전서 3만 6,000여 권을 독파한 독서광이었다. 이 책 시리즈는 전체 기승전결의 체계에 입각하여 순차적으로 쓰인 것은 아니다. 어느 시대 어느 사건의 한순간에서 시작하고 끝나는 이야기의 단편들이 모여 퍼즐조각이 맞춰지며 전체 이야기를 드러내는 일종의 옴니버스 역사인 듯하다. 개성 넘치는 수많은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변화무쌍한 시대사와 개인사를 풀어내는 방법이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