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그동안 읽은 소설에 비해 주제가 더 무겁고 다르다. 그리고 진지하다.
묵직해서 좋았다. 청소년소설이라고 해서 학생들이 읽기 쉽게 가볍게 쓴 소설들이 많은데, 이 책은 시종 일관 같은 묵직함으로 끝까지 끌고간다. 진지하지만 어둡거나 음울하지 않다.
‘입양’에 관한 이야기다. 더불어 가정 폭력, 학교 폭력, 친구 관계, 선생님의 역할 등 골고루 적절하게 버무려져있다.
무뚝뚝한 할아버지와 둘이 사는 유리는 입양되었다. 입양한 엄마는 집을 나가 어느날 사망 소식을 알리고 그녀의 아들 초등 4학년 연우와 같이 살게된다. 유리의 희망은 집에서 멀리, 기숙사 있는 대학교에 4년 전액 장학금을 받고 가는 것이다.
그렇게 훌훌 털고 떠나고 싶어한다. 과거를 싹둑 잘라내고…
이 소설을 읽으며 궁금했던 이야기를 작가는 끝내 알려주지 않는다. 고향숙 선생님의 과거나, 미희의 가정사.이 부분 또한 작가가 의도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남의 과거를 궁금해하고 말을 전하는 우리들…
선생님과 미희의 사연이 궁금해 듣고 싶어하며 추측한다. 쉽게 남의 말을 하는 것. 걱정한답시고 하는 뒷담화들.
더불어 고향숙 선생님이 상담을 하며, 자동차 안에서 유리의 가정사를 꼬치 꼬치 캐묻지 않은 점이 좋았다. 선생님이라는 권력을 이용해 얼마든지 물어볼 수 있었을텐데… 오히려 ‘나도 가정사가 꽤나 복잡했어’는 말로 화제를 돌리는 성숙한 어른의 모습을 보인다.
집을 훌훌 떠나고 싶어 공부하고 대학만 가면 과거는 모두 끊어내고 혼자 살겠다는 유리는 아마 그러지 못할것이다. 그 이유는 혈연에 의한 가족이 아니라 관계의 가족을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설정은, 유리가 살고 있는 집이 2층 단독 주택으로 할아버지와 공간이 분리된 곳에서 산다는게 마음이 편안했다.
내용의 흐름과 주인공들의 서사..그리고 그 주인공들이 주는 우울의 압박이 읽고 나게 되면 밤 새 꿈 속에서 되풀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만큼 잘 쓰여진 책인 것은 확실하다.
휘몰아 치는 감정을 읽는 나 조차도 느끼게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취향적으로만 봤을 때는
다음 부터는 한강의 책을 약간 멀리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