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은 약했기 때문에 살아남았다는 아주 의외의 발칙한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모순된 주제로 인류사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이다. 인류사를 되돌아보니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남았고 신체적으로 불리한 종이 살아남았으며 무기가 없고 보온에 취약한 종이 살아 남았다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서도 배웠지만 네안데르탈인의 강인한 신체와 더 큰 뇌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호모 사피엔스 현생 인류가 살아남은 이유를 알아보면 지금 우리 인류의 절멸을 막아 낼 방법도 알게 될 것이다.
분자고생물학자이자 동물 골격의 진화가 주 연구분야인 이 책의 저자 사라시나 이사오는 인류가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유약함에서 찾는다. 우리 조상은 약했지만, 아니 약했기 때문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세계가 무기감축을 하고 전쟁을 종식시켜야 될 이유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인류의 경쟁 상대였던 대형 유인원들은 크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지고 있다. 수컷 유인원들은 암컷을 두고 빈번하게 싸움을 벌였다. 종종 무리 간에 먹을 것을 두고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큰 송곳니는 이럴 때 사용되는 무기다. 이들과는 다르게 인류의 송곳니는 크기가 작아지는 쪽으로 진화했다. 그 이유는 송곳니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류는 일부일처 문화를 정착시켜 암컷을 두고 수컷끼리 싸울 일을 만들지 않았다. 일부일처 문화는 짝을 만드는 데도 유리했지만, 자식이 자신의 아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가성비 개념이 인류 진화에도 관여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힘은 약했지만 네안데르탈인과 비교해서 기초 대사량이 20% 적었고 더 많은 자식을 많이 낳았다. 싸움이 일어나기 전에 몸이 가벼운 호모 사피엔스는 멀찍이 달아나고 만다. 대신 투창기를 사용해 멀리서 공격한다거나, 사냥감을 선점하는 방식으로 네안데르탈인의 생활 영역을 줄여 나갔다.
돌고래와의 승부에서 이긴 것은 최근의 일이다
인류는 약 700만 년 전에 침팬지류와 갈라졌다. 그 무렵 뇌화 지수는 약 2.1이었다. 당시 가장 뇌화 지수가 높았던 동물은 다름 아닌 돌고래였다. 돌고래의 뇌화 지수는 약 2.8이다. 그 당시 인류는 지구에서 가장 뇌가 큰 동물이 아니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시대가 되어서도 뇌화 지수는 거의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호모속이 나타나면서 뇌가 커지기 시작했다. 호모 에렉투스에서 돌고래를 추월했다. 뇌 크기는 변이가 상당해서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대개 150만 년 전쯤의 일이었다. 그리고 현재 사람의 뇌화 지수는 약 5.1이다. 지구에서 인류가 가장 뇌화 지수가 높은 동물이 된 것은 불과 150만 년 전으로, 최근의 일이다. 그 이전 수천만 년 동안 뇌화 지수가 가장 높았던 건 늘 돌고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