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주 사소하고 주변적인 철학사적 지식 때문이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데카르트의 철학 이야기를 접했을 때였다. 이 명제까지는 이해한다쳐도 정신(사유)과 물체(육체)를 각각의 실체로 규정한 그의 이원론에서 서로 독립적인 이것들은 이 두 실체를 모두 갖고 있는 인간에게서 과연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접하게 되었던 것이다. 인간의 뇌에는 송과선이라는 것이 있어 이 두 실체가 여기서 상호작용을 한다고 한다.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송과선 이론은 데카르트 철학에 있어서 맹점으로 남아있다. 나는 당시 송과선에 대한 주장이 맞는지 궁금했고, 데카르트 이후 약 600년이 지난 오늘, 더 이상 철학만의 주제가 될 수 없는 '뇌'에 대해서 그것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알고 싶었고, 예전보다는 더 정교해진 과학을 바탕으로 발전한 뇌 연구를 통해서 철학이 어디까지 무엇을 생각할 수 잇는지 그 한계와 가능성도 좀 보고싶었다.
사소한 의문이었지만, 그 의문 이후로 뇌의 연구 발전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 그래서 이 책이 무척 흥미로워 보였다. 이 책 기술의 특이점은 선사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뇌'라고 하는 대상을 역사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그 각각의 시대마다 뇌를 둘러싼 관점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18세기에 전기를 발전할 수 있게 되면서 뇌에 대한 관심은 전기, 감각적 자극과 결합된다. 근대에 자연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신체인 뇌를 기계적 관점에서 보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뇌를 둘러싼 연구의 화두는 기능, 진화, 억제, 뉴런, 제어였다. 뇌과학은 신경계와 인간의 뇌를 흉내 낸 기계들을 만들어내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 마음의 문제가 남아있다. 인간의 뇌를 모방한 기계는 어디까지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가. 오늘날의 뇌과학은 딥러닝 네트워크, 휴먼 브레인 등 '의식'에 보다 더 초점을 맞춘 과학적 접근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