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는 대상들 중 한 명이 가져다준 책을 손에 들고 있었다. 표지가 떨어져 나갔지만 저자 이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오스카 와일드였다. 책 이곳 저곳을 흝어보던 그는 나르키소스에 관한 이야기에서 눈길을 멈추었다. 연금술사는 나르키소스의 전설을 알고 있었다. 물에 비친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기 위해 매일 호숫가를 찾았다는 나르키소스, 그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결국 호수에 빠져 죽었다. 그가 죽은 자리에서 한 송이 꽃이 피어났고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떠서 수선화라고 불렀다. 하지만 오스카 와일드의 이야기는 결말이 달랐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양치기 청년 산티아고의 여행을 따라가는 일은 무척이나 특별하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겪는 여러가지 사건들, 그리고 집시여인, 늙은 왕, 연금술사 등 그가 만나는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어디선가 들어본 듯 친숙하면서도 읽으면 읽을수록 그 의미를 곱씹어보게 만든다. 그것들은 삶의 어느 갈피에서 나도 한 번은 겪은 듯한, 아니면 앞으로 꼭 한번은 겪을 듯한 일들에 대한 아름다운 은유를 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산티아고처럼 나만의 보물을 찾고 싶어한다. 보물을 찾고자 하는 이 소망이 팍팍한 현실을 견뎌낼 힘을 준다. 그러기에 양치기 청년 산티아고에게 찾아오는 행운이나 시련이 결코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부과된 유일한 의무지. 자네가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이 책에서는 삶의 고비마다 되새기고 싶은 구절들이 셀 수 없이 많았지만, 특히, 늙은 왕이 산티아고에게 해준 이 말이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 자아의 신화를 이루어내는 일은 곧 우리 각자에게 예정된 진정한 보물을 찾아내는 일일 것이고, 작가는 그 것이 바로 삶의 연금술임을 말하고자 한 것이다. 영국인이 사막의 오아시스에 사는 연금술사를 찾는 동안, 산티아고는 파티마라는 젊은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모든 사랑의 가장 위대하고 영원한 연금술에 노출된 산티아고는 자신이 보물을 찾았다고 생각하지만 연금술사를 만난 후에는 그와 같이 길을 떠나게 된다. 드디어 찾은 피라미드를 바라보는 산티아고, 하지만 그는 자신의 보물이 어디에 있는지 온 몸으로 느낀다. 이 책은 핵심적이고 보편적인 지혜와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담고 있으면서도 결코 어렵지 않고 마치 동화처럼 감동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