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남편과 1박 2일 춘천, 홍천 여행을 다녀왔다.
춘천으로 이동하는 동안 스마트폰을 뒤적이고 있자니 뉴스엔 어김없이 우크라이나 침공 기사가 떴다. 내 생에 이렇게 생생하게 전쟁을 눈에 보게 될 줄이야. (물론 그 전에도 이라크 침공, 탈레반과 이스라엘의 갈등 등이 있었지만 왜인지 그런 것들은 '전쟁'으로 와닿지는 않았다.) 전쟁으로 인한 참상보다는 이로 인한 곡물값 상승과 코로나19만 지나면 해외를 금방 저렴하고 안전하게 갈 수 있을 줄 알았더니 다른 변수가 생기네 정도의 감상으로 기사를 뒤적뒤적 거렸다.
춘천 방문목적은 레고랜드와 알파카월드였지만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잊고 있었던 에티오피아 참전 기념관을 지나게 되었고 다음날 들를 계획을 세웠더랬다. 여행 둘째날,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날짜 감각이 없이 살고 있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1년 내내 텅텅 비어있고 가끔 더위나 추위를 피할 목적으로만 방문객이 다닐 것 같은 기념관이 가장 북적이고 바쁜 날이었다. 6. 25.였다. 지역국회의원에 인근 부대의 높은 사람에 여럿이 와서 행사를 치르고 있었다. 지금의 평화는 이들의 희생 덕분이라는 것이 그 날 행사의 주요 골자였다.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언젠가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봤던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떠올랐다. 남편이 곧잘 하는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게임과 비슷한 장면들이었다. 옆에서 남편이 '덤보는 무서워요' 같은 추임새를 넣어줘서인지 중간부터 보는데도 그 장면에 빨려들어가듯 집중해서 봤다. 영화가 묘사한 것보다 실제는 더 참혹할 터였다. 그리고 우울함을 떨쳐내듯 머리에서 애써 그 장면들을 지워냈다.
이 책은 전쟁이 할퀴고 간 뒤에도 살아낸 삶들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건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도 마찬가지였을터였다. 판타지 읽듯 또는 남의 나라 전쟁이야길 듣듯 하기엔 무언가 오버랩 되며 떠오르는 것들이 있었다. 어릴 때 들어서 우리 할아버지 이야기였는지, 남의 이야길 전해주신 것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하지만 숨어있다가 누가 문을 열면 어느 군인지를 목숨 걸고 찍어서 맞춰야 했다더라 같은 이야기, 그리고 한국엔 생존을 걱정하던 세대, 생계를 걱정하던 세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잘 살 것인지를 걱정하는 세대가 함께 사느라 세대 갈등이 필연적이라는 이야기 등등. 작가가 책에서 그려낸 것들이 한국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하필 6. 25.에 에티오피아 기념관을 다녀와서였을까, 마음이 복잡해지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