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노동운동가로 살아오면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으나, 군부독재 시절 사형을 구형 받고 무기수로 복역하였으며 출소 후 민주화운동 국가유공자로 복권되었음에도 국가 보상금을 거절하고 "얼굴 없는 시인"으로 사진작가로 또 혁명가의 삶을 살아온 박노해 시집을 읽어 보면서 그의 젊은 시절부터 "영어의 몸"이 되어 가슴 속에 담고 있던 소리없는 외침과 그의 사상을 뒤 돌아 보게 된다.
<살다 보면 그래요>
살다 보면 위선일 때가 있죠 / 권력과 다수 앞에 그럴 때가 있죠 / 그래도 우리 정직하기로 해요 / 나 자신에겐 진실하기로 해요
나 지금 위선하고 있다 / 나 지금 타협하고 있다 / 비겁함과 두렴움에 끌려가고 있다
홀로 울며 직시하고 / 부끄러운 치욕을 삼키며 / 절대로 익숙해지지 마요 / 절대로 길들여지지 마요
그 비참한 느낌을 기억해요 / 진실의 다른 이름은 비참이니까요 / 자신의 비참함을 감당하는 자만이 / 진실한 자신에 도달할 수 있어요
나의 종교는 부끄러움이에요 / 나의 성전은 상처 난 양심이에요 / 나의 진보는 핏빛 성찰이에요 / 나의 역사는 치욕의 기억이에요 / 나의 기도는 비참의 눈물이에요
아마도 난 죽는 날까지 / 진실 그 자체로 살지는 못할 거예요 / 하지만 난 나의 부끄러움을 고해하며 / 생생한 아픔과 눈물로 살아갈 거예요
아픈 진실 앞에 가슴을 활짝 열고 / 나에게 만은 정직하기로 해요 / 나에게 만은 진실하기로 해요
박노해 시집 중 "살다 보면 그래요" 구절이다
군부독재 시절 권력자들의 모진 탄압에 한 없이 약한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인간의 본성과 내면적 고통에 대한 그의 마음을 순화되고 절제된 문장을 통해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수 많은 고문과 정신적 압박 속에서 마음은 진실하고자 하나, 몸의 고통이 마음을 짓누르는 상태이고 그 비참함을 감당하고자 종교에도 의지하고 양심을 버리고 싶은 그런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을 묘사하였다
그러나 박노해 시인은 비겁함과 위선에 타협하지 않고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한 모퉁이에서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바탕으로 결코 굴하지 않는 진실된 삶을 살아야 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 비치고 있으며, 이는 어떠한 폭력과 탄압에도 민주화를 위해 또 노동자를 위해서 진실되게 살아가겠다는 마음을 조금은 역설적으로 표현하였다.
이 싯구를 읽으며 난 어느 순간 윤동주 시인의 "서시"가 오버랩 되었다
살아온 시대는 다른지만 그들이 겪었던 고통스런운 상황을 또 고뇌의 시간을 아름다운 언어와 자기성찰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가치에 충실해야 하는 목적을 제시한 부분이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 많은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