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김지수의 인터스텔라-이어령 마지막 인터뷰에 대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 이후 김지수 기자가 1년에 걸쳐 진행된 열여섯 번의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그렇게 매주 화요일, ‘삶 속의 죽음’ 혹은 ‘죽음 곁의 삶’이라는 커리큘럼의 독특한 과외가 시작되었다. 필자 김지수는 이어령 선생님은 은유가 가득한 이 유언이 당신이 죽은 후에 전달되길 바랐지만, 귀한 지혜를 하루라도 빨리 전하고 싶어 자물쇠를 푼다고 전한다.
가을 단풍, 겨울 산, 봄의 매화, 그리고 여름 신록의 시간에 이르기까지 1년에 걸쳐 진행된 열여섯 번의 인터뷰에서 스승은 새로 사귄 죽음이란 벗을 소개하며, 남아 있는 세대를 위해 각혈하듯 자신이 가진 모든 지혜를 쏟아낸다. 때때로 선생의 몸은 불시에 안 좋아져 인터뷰를 취소해야 할 때도 있었지만, 그는 매주 화요일 죽어가는 스승 곁에서 삶의 진실을 듣고 싶어 하는 독자들을 위해 자신이 가진 가장 귀한 것을 아낌없이 내놓는다. 스승은 이 책을 읽을 제자들에게 자신의 지혜를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여러 번에 걸친 첨삭과 수정을 거치며 자신의 유언처럼 남을 이 책을 완성했다.
나는 이제부터 자네와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하네. 이 모든 것은 내가 죽음과 죽기 살기로 팔씨름을 하며 깨달은 것들이야. 이해하겠나. 어둠의 팔뚝을 넘어뜨리고 받은 전리품 같은 것이지 라고 답했다. 이 책은 죽음 혹은 삶을 묻는 애잔한 질문에 대한 아름다운 답이다.
삶과 죽음 속 사랑, 용서, 종교, 과학, 꿈, 돈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어령과 김지수의 대화는 오랜 시간 죽음을 마주한 채 살아온 스승이기에 전할 수 있는 지혜들로 가득하다. 그는 재앙이 아닌 삶의 수용으로서 아름답고 불가피한 죽음에 대해 배우고 싶어하는 제자의 물음에 은유와 비유로 가득한 답을 내놓으며, 죽음이 생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무엇보다 스승은 내게 죽음이 생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싶어 했다. 정오의 분수 속에, 한낮의 정적 속에, 시끄러운 운동장과 텅 빈 교실 사이, 매미 떼의 울음이 끊긴 그 순간들. 우리는 제각자의 방식으로 생과 사의 갈림길을 통과하고 있다고. 그는 음습하고 쾌쾌한 죽음을 한여름의 태양 아래로 가져와 빛으로 일광욕을 시켜주었다.
또한, 스승은 유언으로 가득한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 왜 케이스 바이 케이스에 진실이 있는지, 왜 인생은 파노라마가 아닌 한 커트인지, 왜 인간은 타인에 의해 바뀔 수 없는지 등을 설명하며, 한평생 평화롭기보다 지혜롭기를 선택 했던 자신이 발견한 삶의 진리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나 절대로 안 죽는다.언제나 네가 필요할 때 네 곁에서 글 쓰고 말할 거야 라고 자기만의 길을 찾아 떠난 이들에게 스승이 전하는 담담한 위로이다.
스승 이어령은 우리에게 자신의 죽음이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내 육체가 사라져도 내 말과 생각이 남아 있으니 그만큼 더 오래 사는 셈이라고. 글을 쓰고 말하는 것이 자신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그는 보통 사람은 죽음이 끝이지만 작가에게는 죽음에 대해 쓰는 다음이 있다며, 현재 자신에게 벌어진 모든 일을 아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털어놓는다.
스승은 죽음이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 생사를 건네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스승 이어령은 자기만의 무늬를 찾아 헤매는 이들을 위해 자신의 마지막 지혜 부스러기까지 이 책에 담았다. 제자들이 길을 헤맬지라도 너만의 이야기로 존재하길 바라는 이런 스승과 함께라면 어쩌면 우리는 이생을 좀 덜 외롭게 건널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