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는 영화감독 지망생인 서른살 주인공, 소유가 고등학생이었던 시절을 회상하며 시작한다.
일본 자매학교에서 한국으로 단기 교환학생을 왔던 쇼코를 홈스테이로 받아들이며 소유의 단란한 가족에게는 따뜻한 온기가 찾아든다.
자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어른스러우면서 동시에 할아버지와 엄마에게 살갑게 대하는 쇼코에게 소유는 동경 또는 질투심을 느꼈던 것 같다.
스무살이 된 이후로 연락이 끊긴 쇼코이지만 소유의 가족들은 꽤 오랫동안 다시 그녀가 편지를 써주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대학교 4학년, 쇼코를 찾기 위해 무작정 일본으로 떠난 소유는 마침내 쇼코를 다시 만나게 된다.
일상적이고 소중한총 일곱 편의 모든 소설의 주인공은 여성이다. 당돌한 여성. 인정 많은 여성. 옳고 그름을 아는 여성. 희망을 잃지 않는 여성. 여성들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낸 따뜻하고 동시에 일상적인 언어가 좋았다.
책속에 많은 엄마들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나의 엄마도 생각이 많이 났다. 개인적으로 나의 엄마는 나에게 좋은 사람이라서, 소설에서 ‘엄마’ 라고 여겨지는 여인들이 묘사될 때마다, 나의 엄마에게 대입하게 되었다.
그리고 책속엔 많은 조부모들도 나온다. <쇼코의 미소>에서 아무말 없이 손녀의 자취방에 찾아왔다가 우산도 쓰지 않고 돌아가는 할아버지를 보며,
<비밀>에서 중국으로 일하러간 손녀의 빈 방에서 몰래 손녀의 옷을 입어보고 늦게 배운 글씨로 편지를 쓰는 할머니를 보며 나또한 기억하지 못하지만 무조건적이던 헌신과 사랑을 받았었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 각 소설은 모두 다른 시대 다른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동일한 메시지를 전한다. 잊혀진 역사를 조심스럽게 들추고 무뎌진 관계에 명암을 그린다. 개인적으로 내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도 되었다.
우리나라가 전쟁국가라는 이유로 다른 나라의 아픔을 폄하하지는 않았는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한결같은 애정을 무관심으로 돌려주진 않았는지, 내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남들도 그러하기를 바라고 있지는 않았는지,
설명되지 못했다고, 이해받지 못했다고, 내 방식대로 세상을 해석해오진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일곱 편의 소설 모두 좋아서 뭐가 더 좋았다고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 고르라면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였던 것 같다.
처음과 끝부분에 순애 언니의 등장이 마치 환타지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라 좋았고, 엄마의 기억을 딸의 시선으로 내래이션되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순애언니라는 인물에 대해 엄마가 가져온 마음의 변화, 엄마도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고 자란 어린 소녀였다는 것, 성장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엄마가 엄마가 아닌 이름으로 불러져서 좋았고. 한 여성이 지닌 그 순수함이 마치 나의 엄마가 지닌 순수함, 선함과 너무나도 비슷해서 오래까지 여운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