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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양장본 HardCover)
5.0
  • 조회 384
  • 작성일 2022-06-01
  • 작성자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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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부터 클래식을 애청하며 창작의 원천이자 오랜 취미생활로 삼아온 작가는 “레코드를 모으는 것이 취미라서 이럭저럭 육십 년 가까이 부지런히 레코드가게를 들락거리고 있다”라고 밝히며 이 책을 시작한다. 최근 들어 컬렉터를 대상으로 발매되는 화려하고 다양한 사양의 LP와 다르게 대부분 “1950년부터 1960년대 중반에 녹음된 새카만 바이닐 디스크”이며, 별다른 체계와 목적 없이 눈에 띄는 대로 사모은 탓에 “통일성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중구난방의 컬렉션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하지만 틈날 때마다 한 장 한 장 정성껏 손질하며 턴테이블에 올리고, 지휘자와 연주자뿐 아니라 음반사, 녹음연도에 따라서도 미묘하게 달라지는 연주의 결에 귀기울이는 모습에서는 클래식 팬으로서의 진지한 애정이 가득 묻어난다. “오래된 먼지투성이 레코드를 싼값에 데려와 최대한 반짝반짝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내게 무엇보다 큰 기쁨이다”라며 아날로그 레코드의 물성을 예찬하는 작가의 태도는 분야를 막론하고 무언가에 애착을 가지고 수집해본 사람들, 나아가 독자 입장에서 그의 소설을 오랫동안 애독해온 사람들에게 색다른 공감대를 형성한다

“자랑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걸 모았답니다.”
60년째 지속가능한 취미생활의 결정체, 무라카미 하루키의 레코드장 엿보기

본업인 소설가 외에도 사시사철 음악과 함께하는 애호가, 눈에 들어온 것은 저도 모르게 모아버리고 마는 수집가로도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개인적으로 소장중인 아날로그 레코드 486장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태엽 감는 새』의 첫 장을 여는 로시니 오페라 〈도둑까치〉 서곡, 『일인칭 단수』에서 인상적인 단편소설로 탄생한 슈만의 〈사육제〉 등 그간 하루키 작품에서 주요 모티프로 쓰인 음악은 물론, 중고가게에서 재킷만 보고 집어든 〈셰에라자드〉, 틀어놓기만 하면 이상하게 숙면을 취하게 되는 모차르트 현악오중주 등, 100여 곡의 명곡에 얽힌 사사로운 에피소드를 따라가다보면 클래식 애호가든 아니든 어느새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만드는 하루키 매직을 만나게 된다. 아날로그 레코드의 물성에 대한 예찬과 오랫동안 들어온 지휘자, 연주자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에서는 다른 분야의 예술을 탐닉하고 또 경외하는 그만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레코드 재킷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 안에 있는 음악의 세계에, 또다른 문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어쩌면 나는 물건의 형태에 너무 집착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렇게 돼버렸으니 별수없다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차피 인생이란 거의 의미 없는 편향의 집적에 지나지 않으니까. 본문에서

이 책은 하루키의 어떤 신작 소설 이상으로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읽는 내내 신나는 경험이었으며,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듣거나 떠올릴 때마다 두고두고 다시 꺼내보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클래식에 대한 작가의 넓고 깊은 편력은 놀라움과 존경심마저 안겨주며, 특유의 문체는 ‘즐거운 책읽기’의 새로운 장르를 선물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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