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하는 문학사 유튜브에서 보고 선택하였다.
노라에프런이라는 TV 작가의 독백 같으면서도 독백이 아닌 것 같은 이야기꾼 같은 구성이 매력적이었다.
유튜브에서 소개하기를, 누군가에겐 힘들고 크게 어려워지는 일들이 그녀의 손과 귀와 입을 거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였다. 꽤 젊은 나이에 이런저런 일들을 겪어오며 긍정적인 일보다는 부정적인 일에 더 크게 반응해왔던 나에겐 번뜩이는 책이 아닐 수 없었다. 정말 그녀의 손을 거치면 내가 겪어온 나의 트라우마나 힘든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더불어 나의 후회스럽고 절망했던 지난 나날들을 아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브리짓존스의 일기 시리즈 영화를 보고 있는데 엔딩크레딧에 노라에프런이 뜨는 것이 아닌가?
이 시리즈를 킬링타임용으로 즐겨보던 내가 궁극적으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녀의 글과 스토리가 자조적이지만 유쾌하다는 걸 이 시리즈로 증명이 되었을 테니, 믿고 봐도 되겠다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책의 질감도 갱지처럼 마치 대본같이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 나열도 에피소드 형식이라 술술 읽히고 꽤 유쾌하고 가볍게 읽을 수 있다. 그러다 그 속에는 그녀가 살아온 삶의 짬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단편적으로 순간적인 상황에만 몰두해서 아쉬움을 남기기보다는 여유를 갖고 유머를 구사하며 장기적으로 넓은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도 당신은 결국 성공했으니 그때의 좌절과 힘듦을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것이지 않냐는 반문이 들었다. 나는 그녀처럼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오른 것도 아니고, 지금 이 터널을 지나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 것이라며 스스로 위로했다. 그렇지만 그녀의 삶의 태도를 나도 모르게 배워서 써먹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책의 위대함을 느꼈다. 흡입력이 넘쳐서 모든 문장이 다 기억에 박히는 책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좋아하는 미드 시리즈를 보는 듯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