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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한아뿐
5.0
  • 조회 385
  • 작성일 2022-05-25
  • 작성자 이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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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별을 본다며 사라지길 수 차례, 너무 자기 중심적이지 않냐는 볼멘 소리도 소용이 없던 경민의 변신은 놀라웠다. 마냥 좋다고 하기에는 어딘가 모르게 부담스럽고, 심지어 이 아이가 내가 아는 경민이가 맞나 의심스럽기까지 한 나머지 그는 111번을 눌렀다. 당연히 국가정보원에서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 또한 그의 행동을 상당히 뜬금없다고 생각했을 따름이었다.
그의 애인 경민이 그랬다. 망원경으로 다른 별을 관찰하는 도중 지구를 발견했고, 이 드넓은 곳,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 중 한아에게 반했다고 했다.
안락한 삶을 포기한 채 심각한 빚을 져가면서 지구인과 운명을 바꾸었다는 이 존재는 금방 정체가 들통나 추방당하거나 죽게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저자는 경민을 통해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는 듯 여러 위기에도 불구하고 그가 생존하도록 이끌었다. 자세히 보면 다르지만 경민과 꽤 닮은 외모가 보호망으로 작동했다. 술이나 마시고 노는 일에만 몰두했던 경민의 친구들 역시 자신이 외계인과 접선 중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 못한 채 관계를 유지했다. 한아의 가장 친한 친구라 할 수 있는 유리, 국정원 직원인 정규조차도 제 삶에 경민을 받아들였다.
경민 아닌 게 경민을 대체하는 과정은 다들 무언가에 홀리지 않고서야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나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러했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경민을 응원하게 됐고, 한아와 경민의 관계가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경민의 사랑에는 조건이 없다. 그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할 제 삶을 걸고 지구를 찾았다. 지구의 질서를 하나도 알지 못했지만 기꺼이 배우려 들었으며, 자신에게 지구인의 삶을 선사한 경민의 것들 또한 바지런히 챙겼다. 우주 여행에 광적으로 매달리던 경민의 귀환 또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가 보여준 모든 태도는, 자신으로부터 기회를 앗아갈 수도 있는 잠재적 경쟁자인 경민에 대한 배려마저도 한아를 향하고 있었다.
정세랑은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글을 쓴다. 저쪽 세계만큼이나 이쪽 세계에서도, 세상을 구성하는 만물은 메타포다. 그녀가 쓰는 이야기가 비현실적인 이야기지만 있음직한 이야기처럼, 현실의 이야기처럼 와닿는 것은 설정 하나하나가 눈으로 보는 것처럼 세밀하게 묘사 되고 있고, 그녀가 이 이야기들과 이야기를 이루는 메타포들이 언젠가는 현실에서도 무게를 갖고,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세계가 제자리를 찾는 데에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야 말 것이라는 믿음으로 완성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공사장에서 죽은 인부의 목숨이 크레인 보다 값싸고, 이유 모를 폭력의 휘두름 속에서 여고생이 죽고, 전쟁의 한복판에서 학교를 탈출한 아이들이 사막을 달려 구조를 요청하고, 인간이 바다에 버린 탐욕의 찌꺼기를 먹고 고래가 죽어가는, 이 잔인한 세계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도 우리는 이 아이러니를 딛고 일어날 수 있고, 우리가 가진 작은 힘이 누군가에게는 구원이 될 수 있으며, 그 작은 힘을 발현시키는 대표적인 방법은 사랑이라는 확고한 가치관을 내비친다. 그리고 사랑에 대한 그 믿음은 강직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형태를 달리하는 유연한 것이어서, 무엇보다 유쾌해서 늘 좋다. 적어도 이 방법은, 부러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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