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 그래픽 히스토리>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만화로 옮긴 책이다. 만화는 시리즈물로 1권은 인류의 탄생, 2권은 문명의 기둥, 3권은 인류의 통합, 4~5권은 과학혁명을 주제로 한다(현재 2권까지 출간). 만화책 1권이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유인원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면, 2권은 본격적으로 호모 사피엔스가 공유하는 거대한 픽션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2권은 '농업혁명은 인류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으며, 문명은 어떻게 가능했는가?'f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소개하자면 '생각보다 재밌고 쉬운데 은근히 어이없는 인류사 속 농업과 문명 이야기'라고 하고 싶다.
만화책 2권에서 인상 깊었던 세 부분으로 첫째는, (여전히) 농업과 삶의 질에 대한 이야기로 이 장면은 밀을 악마에 비유하여 그려진다. 악마의 꼬드김에 넘어가 밀을 돌보기 시작한 인류의 삶. 수렵채집의 시기보다 노동 시간은 엄청나게 늘어났고, 고기와 과일을 먹을 때보다 영양 상태는 나빠졌으며, 날씨가 나빠지면 굶어 죽었고, 모여 살게 되면서 전염병이 창궐했다. 두번째는, 농업이 가져온 사고 방식의 변화로, 농업으로 축적된 잉여재산이 사유재산, 전쟁, 지배-피지배를 만든 것 말고도 인류의 사고 방식 자체를 바꿔 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세번째는 소비주의와 낭만주의의 결합으로 관광산업을 예로 이야기하는데 이건 시스템과 내용을 이성적으로 잘 알아도 포기가 안되는 부분인 것 같다.
총 4개의 목차로 나뉘어 있는 구성인데, 첫 번째 목차에서는 농업혁명으로 인해 인간이 노동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 두 번째 목차에서는 넓은 개념의 신화를 설명하며 법, 인권, 신, 국가, 기업 돈 등의 상상의 질서를 통해 문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세 번째 목차에서는 그런 상상의 질서가 수천 년 동안 유지되어 온 방법, 네 번째 목차에서는 카스트 제도나 기존의 남성우월주의같은 잘못된 상상의 질서가 만들어지고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살펴보며 인간사회의 문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들은 통해 뻔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허구'라는 문명의 특성을 통해 깨달을 수 있다.
저자가 농업혁명을 부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과, 문명의 형성을 생물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신선하다고 생각도 들었지만, 과연 농업혁명을 통한 문명발전이 없었다면 현재가 존재했을지, 저자 얘기처럼 농업혁명 이전의 수렵채집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상황에서도 문명이 발달했을지는 조금 의문이 든다. 저자의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접근 방법은 동의하지만 저자의 모든 결론에 의문을 가지는 것 또한 저자의 사유방법에 일치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