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의 탄생』은 동시대 젊은 인문사회 연구자들에게 연구란 무엇인지 묻고 인문·사회과학 ‘연구’와 ‘연구자’를 재정의해보려는 책이다. 문화연구, 국문학, 사회학, 여성학, 인류학, 영문학 등 다양한 전공과 관심사를 가진 연구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에 대한 답변과 새로운 질문들을 답해주었다.
이 책은 2000년대 이후 ‘분과학문’ 또는 ‘학계’ 안팎을 오가며 연구자로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와 시민들과의 연결을 놓지 않는 지식 생산이 어떻게 가능한지 되묻는다. 또한 지난 20여 년간 한국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며 학술장의 문제는 물론, 청년운동, 독립출판, 여행(이동), 페미니즘, 소수자정치, ‘감정’의 부상, 종교, 힐링, 스마트폰, 인터넷, n번방, 영화, 기억정치, 사회적 경제, 사회혁신, 금융화와 투자자, 중산층, 태극기부대, 여러 번의 촛불집회, 과학의 대중화, 비판담론의 포화 상태와 변하지 않는 세계 등 새롭게 등장한 과제들과 여전히 해묵은 문제들, 그리고 다른 모색과 실천의 시도들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토록 다양한 연구자들은, 연구란 무엇이며 왜 연구자가 되었는지에 대해 놀랍게도 비슷한 대답을 들려준다. “공부란, 내 주변에 산재한 죽음과 불평등과 배제, 소외, 부조리함을 어떻게 해석하고 또 바꿔나가야 할지 삶과 생존을 위한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도록 독려하는 매개”(12쪽)이며,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언어와 관점을 찾는 것이었다. 불안정하고 기이한 삶에서 시작된 궁금증과 질문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했던 마음이 매일 켜켜이 쌓여서 나는 공부하고 책 읽고 연구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13쪽)
마지막으로 이 책은 ,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연구자들 사이에서 또 다른 공동의 이야기들을 촉발해내는 일종의 발제문 형식이라고 생각되어진다.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인문사회 연구를 한다는 것, 그리고 지식을 생산한다는 것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된 책이었다.
< 책갈피 >
P. 181 나는 아시아영화들이, 그리고 여성영화들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소수자들의 말을 모으고 드러내고 다시 건네는 방식에서 연대의 가능성과 현재를 마주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영화이론이란 이런 영화들의 발화장에 기꺼이 뛰어들어 ‘이론’理論의 문자 그대로의 의미대로 ‘사물과 세상의 이치를 논’하는 작업일 것이다. _배주연
P. 282~283 그렇다면 사회 속에서 흔들리며 사는 내가 나를 흔들고 있는 사회를 들여다보는 것, 그리고 그 속에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할까? 눈앞의 문제들을 처리하는 데 몰두하면서도 그런 나를 관찰하고 바꿔내기까지 하는 지식이 가능할까? 지식의 생산이 곧 자기변환의 실천이 되며, 나를 보는 것이 결국 사회를 보는 것이 되는 이런 시선은 어떻게 가능할까? _김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