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정유정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 나는 7년의 밤으로 정유정 작가를 처음 접하였고 그 후 작가의 팬이 되어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다 종의 기원을 읽기 시작했다. 종의 기원, 제목부터 강렬한 인상을 준다. 종의 기원이라 하면 당연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작가도 그것을 의도하고 제목을 지은 듯 보인다. 종의 기원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악함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인가? 나는 질문한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제목을 곱씹어 볼 수록 유진이 왜 그런 짓을 하였는지, 할 수밖에 없었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유진은 엄마와 그리고 자신의 친구이자 엄마의 양아들인 해진과 산다. 어느날 유진은 눈을 뜨고 피범벅이 된 자신을 마주한다. 그리고 핏자국을 따라 가지런히 놓인 엄마의 시체를 보게 된다. 유진은 경찰에 신고하려 하지만 거울 속 엄마의 피를 묻힌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떠오르지 않는 어젯밤과, 피를 뒤집어쓴 자신은 누가봐도 엄마를 죽인 범인 같아 보인다. 유진은 엄마의 시신을 테라스 바닥에 숨기고, 바닥과 벽의 핏자국을 닦고, 몸을 씻고, 돌아오지 않는 어젯밤의 기억을 추적한다.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소설에서의 시간은 불과 4일밖에 흐르지 않는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주인공의 내면의 생각과 주관으로 짧은 시간동안 벌어진 일들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 정유정 작가 소설의 특징이자,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소설에서도 처음 시작부분에서부터 소설의 마지막까지 주인공이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이 아주 세세하고 정교하게 묘사되어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입장에 모든 서술을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엄마를 죽인 범인을 깨닫게 되는 부분에서는 큰 반전감을 준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이 책을 통해 철학적인 질문을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의 아들이 인격장애가 있고, 사회의 악이 될 수 있기에 아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신적으로 학대를 하는 어머니와, 애초에 악으로 태어났고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유진, 둘의 모습을 보며 악의 아이러니를 느낀다. 어머니의 억압이 유진을 더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닌가? 악을 억제하기 위해서 아들에게 간질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여 약을 먹이고, 억압하는 것은 정말 선한 행동인가? 생각하게 된다.
유진은 애정이 가는 캐릭터이다. 그는 분명히 살인범이 맞지만 소설 속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그의 감정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이자 형제가 된 해진과의 관계도 독특하고 흥미로운데, 이 책을 읽으며 유진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엄마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지 알아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