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18세기의 방: 공간의 욕망과 사생활의 발견
한국18세기학회에서 펴낸 『18세기의 방』은 문학, 역사, 철학을 전공한 총 27명의 인문학자들이 동서양의 경계를 허물고, 18세기 동안 전 세계에서 나타났던 사적인 공간의 대두와 그 담론에서 중심이 되었던 다양한 ‘방’을 주제로 하고 있다.
각 저자는 17세기까지 공동의 공간으로 여겨졌던 서재, 거실, 침실 등과 같은 ‘방’이 18세기에 이르러 개인의 은밀한 사적 영역으로 변화했다는 것을 대전제로 하여 변화된 양상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탐구한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된 ‘방’은 모든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거나 차단된 공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방’의 주인이 속한 복잡한 사회적 관계가 빚어낸 경험과 사유가 함축되어 있는 곳이었다. 이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었던 방은 권력과 지식에 관한 당대의 모든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수 있었다. 특히 이 시기에 다른 나라를 침략해 자신의 문화를 이식시켰던 경우가 여러 나라의 사례로 소개가 되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17세기 상업적 이익을 위해 인도로 진출한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18세기에 영토의 획득과 권력 확장을 목표로 변신하면서 등장했던 캘커타 도시의 영국식 거실에 관한 것이었다. 영국 동인도회사의 인도 내 입지가 강화됨에 따라 많은 영국인이 인도로 파견되었고 그들 부인들 역시 남편을 따라 인도에 건너왔다. 하지만 영국 여성들은 자신이 이주해 온 인도의 문화에 동화되기 보다 인도 문화가 미개하고 야만적인 문화라 공격하고 그것을 배척하려했다. 그들은 선진적인 영국 문화를 찬양하고 이를 자신의 거실에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후 영국 여성이 꾸며놓은 전형적인 영국식 거실은 문명과 교양을 상징하는 '방'이 되어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또한 영국식 거실은 서구식 교육을 받은 인도의 상류층 지식인들이 집을 장식하는 데 표본이 되었다.
이 책은 18세기의 맛, 18세기의 도시에 이은 한국18세기학회의 세번째 시리즈이다. 키워드로 각 나라의 상황을 조망해보는 시도가 산선했다. 다음 키워드는 무엇이 될 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