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제프 멩겔레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수용소에서 저지른 만행은 여러 매체를 통해 자주 소개되었다. 멩겔레는 1911년 독일 귄츠부르크의 사업가 집안의 세 아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뮌헨 대학교에서 "4개 인종 집단의 아래턱 구분에 따른 인종 형태론 연구"로 인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곧이훗날어 프랑크푸르트 대학교의 유전생물학 및 인종위생학 연구소에 들어가 "갈라진 입술과 구개에 대한 연구"로 1938년 의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스무살이던 1931년 나치 산하 청년조직 철모단 가입을 시작으로 1937년에 나치당원이 되고 나치 친위대 가입, 무장 친위대 작전 참여, 러시아 전투 참여, 철십자 훈장과 동부 전선 훈장 수상 등등의 전력을 이어간다. 1943년 아우스비츠와 비르케나우 강제 수용소에 의무관으로 임명되어 유대인을 대상으로 잔인한 생체 실험과 쌍둥이 연구를 실행하며 <죽음의 천사>라는 별명을 얻는다. 가스실과 강제노역으로 보내질 유대인들의 운명을 오케스트라 지휘하듯 가볍고 흥겹게 손짓으로 결정했다는 악마 같은 모습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훗날 멩겔레에 대한 회고록을 발표한 헝가리 유대인 미클로시 니슬리를 조수로 발탁한 것도 바로 이 수용소에서의 일이다. 여기까지가 멩겔레에 관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종전 이후의 행적에 대해서는 남미로 도주했다는 것 말고는 엇갈리는 소문만 나돌았다. 그러다가 가짜 이름으로 매장 된 그의 시체가 1985년 브라질에서 발굴된다. 1979년에 사망한 것으로 표기된 무덤 속 유골에서 요제프 멩겔레의 DNA가 공식적으로 확인될 때까지 수십 년 동안 멩겔레가 어디에서 어떻게 살다 죽음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진 게 없었다. 심지어 무덤의 이름까지 가짜였다. <실종>은 바로 이 공백, 종전 후 남미의 여러 나라를 전전한 멩겔레의 도피 행각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치밀한 자료 조사와 현장 답사를 통해 공들여 추적하고 그것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 하였다. 실존 인물에 대한 이야기이고 나름 철저한 자료를 바탕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설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모아들인 정보의 불가피한 결함과 공백 때문일 것이다. 그 빈틈은 오직 작가의 상상력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멩겔레를 직간접으로 증언하는 주변인들은 사사로운 이해관계에 얽혀 있었고 저마다의 주관적 시각을 벗어날 수 없었다. 때문에 그 모든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 나갈 전체적 관점을 가지려면 소설의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 인간의 삶을 추적하는 일은 자칫 그에 대한 감정이입으로 치달을 수 있다.이를 경계하기 위해 저자는 오랜 시간의 자료 조사와 남미의 여러 곳을 직접 돌아다니는 수고를 통해 서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촘촘하게 제시된 객관적 자료들을 통해 인물의 내면을 압박하는 효과적인 방식을 작동시키고 있다. 국제정치와 경제 분야를 담당하던 기자로서의 전력 덕분에 멩겔레 추적 과정에서 인물을 둘러싼 구조로서의 정치,사회적 배경을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었고 짧고 건조한 문체로 인물과의 거리를 지켜 나가고 있다.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남미로 도피한 나치들의 파렴치한 생존 방식이다. 제 2차 세계 대전 이후 남미와 유럽은 서로의 이해관계로 맞물려 있었고 아르헨티나에 모여든 나치 잔당들은 페론 정부의 비호 아래 돈과 권력을 다시 쥘 수 있었다. 그들은 반성은 커녕 호와로운 생활을 누리며 나치즘의 부활을 공상하기까지 한다. 독일에 남아 있던 나치들도 죗값을 치르기보다는 법망을 피해 가며 다시금 예전의 권력을 되찾고 평온한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멩겔레가 참회나 반성은 커녕 억울한 심정에 빠져 분노를 키우던 모습이 이해될 지경이다.더구나 멩겔레의 태생적 자기애는 성장 과정을 거치며 거의 병적인 수준에 이르렀고 여기에 나치즘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 과도한 민주주의와 인종주의, 의학에 대한 비윤리적 맹신 등이 겹쳐지며 자신의 잘못을 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독일에 있는 가족들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멩겔레의 도주를 도와주었고 죄의식을 갖지 말라고 부추겼다. 작가 올리비에 게즈의 말처럼 "인간은 외부의 영향에 쉽게 변화하는 생물"이므로 늘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작가의 말이 웬지 씁쓸하기만 한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