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역사책을 손에 집었다. 오스만 제국 찬란한 600년의 기록 - 국내에서 찾기 쉽지 않은 오스만 제국의 통사를 다루는 책이다. 오스만 제국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세습 왕조를 기준으로 600년이라는 기간은 유목민족, 정주민족 가릴 것 없이 굉장히 긴 세월이다. 어떻게 오스만이라는 인물이 세운 작은 후국이 대제국의 반열까지 오르고 그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을까? 그 키워드는 '유연함'이다. 오스만 제국은 이슬람 왕조치고 이슬람을 종교 외에 통치기술로서 사용한 흔적이 곳곳에 있다. 3대륙에 걸쳐 있는 지리적인 요인도 한몫했을 것이다. 사실 제국 내에서 다양한 민족과 종교를 가진 신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만큼 이슬람을 엄격하게 강요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컸을 것이다. 더군다나 발칸반도는 제국의 정치 경제적 중심부였다. 이러한 정신이 후에 무스타파 케말의 세속화 정책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물론 세속화는 구체제를 무너뜨리는 입장에서 그가 선택한 정치적 전략이다. 하지만 정치적 전략이 그냥 하늘에서 떨어지는 법은 없다. 오스만제국은 메흐메드 2세의 정복 전쟁을 통해 전성기의 기반을 닦은 오스만 제국은 20세기초 서방에 의해서 해체되기까지 600년간 존속했으며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3대륙에 걸친 영토를 소유했다. 이 책에는 14세기 초 아나톨리아에 난립하던 많은 튀르크계 후국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던 오스만이 점점 힘을 키워 아나톨리아를 통일한 데 이어 유럽으로 진군해 비잔틴 제국을 멸망시키고 현재의 보스니아에서 이란 동부, 북아프리카에서 우크라이나에 이르는 고대 로마 제국 이후 최대의 지중해 국가로 부상하는 과정은 물론, 또 18세기 이후 유럽 기독교 국가들로 이뤄진 신성동맹,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과 벌인 전쟁에서 잇따라 패배해 정복한 영토를 빼앗기고 근대 국가로 거듭나기 위한 개혁에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가운데 제1차 세계대전 패전의 멍에를 쓴 오스만 왕조가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여정이 기술 되어 있다. 저자는 이러한 오스만 제국 600년의 번영과 쇠퇴를 왕위계승, 권력구조 그리고 통치이념이라는 3가지 틀로 분석해서 살펴보고 있다. 왕위 계승 측면에서는 왕권 다툼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계승자 이외의 왕자를 죽이는 잔인한 ‘형제살해’ 방식이 상세히 설명되고 있고 시대의 변화에 맞춰 중앙집권과 분권을 오간 권력구조 그리고 비무슬림의 신앙과 가치에 관대한 이슬람 통치이념이 조화를 이루며 변화무쌍한 유럽과 아시아의 정치 지형 속에서도 600년이나 대제국을 지탱할 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요즘 이슬람권과 미국 등 서양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고 각종 테러도 발생하고 있는 이러한 상황에서 무조건 이슬람권에 대한 편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그들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를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고 있었다. 먼저 이슬람권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었는데 중세이후 현재 이슬람권 대부분을 통치했던 오스만 제국의 600년 역사를 다룬 책이 나와서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