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본의 천황제와 무가 세력 사이의 관계 변천 과정과 의미에 대해 일본 중세 시대 역사적 사건들을 바탕으로 이야하기하는 책이다.
책의 구성과 내용은 총 6개 단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마쿠라 부부터 에도시대에 이르는 일본 중세 시기 동안 막부 정권과 천황제 사이의 권력 관계 설정과 변천 과정들을 시대별로 나누어 다루고 있다.
1500년 동안 이어지는 일본 천황 및 천황제는 논란도 많고 이해하기도 힘든 면이 많으며, 12세기말 이후 천황과 막부가 병존하는 일본 특유의 정치 제도를 통해 일본사를 들여다보는 이 책은 서임권, 황위 결정권, 외교관 등으로 무가 권력과 길항하며 천황제가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수식어가 딱 들어맞는 일본. 일본에 대해서는 한국 독자들이 정말 많이 아는 것 같지만 하다못해 정규 교육과정상 일본사를 제대로 배우지도 않고 지나가는 게 현실이다. 그런 현실에서 한국인에게 가장 낯설고 이해하기 힘든 것이 일본의 천황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의 저자 이마타니 아키라는 일본 중세서 연구자로서 천황은 일본인에게조차 골치 아프고 무거운 문제라고 밝히며, 이 책을 권력자가 왜 천황이 되지 않았는가? 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일본 역사와 정치 체제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체제와 제도를 가졌기 때문에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으로 생각되며, 특히, 천황제에 관한 이야기는 일본에서조차 금기시 되어 있는 주제라서 한국인에게는 더욱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에는 시대적 배경상 당연하게도 우리 역사와 관련된 사항도 많이 등장한다. 임진왜란과 관련해 히데요시의 상황, 전쟁이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자신을 호칭을 명나라나 다른 동남아시아국과 조선과의 관계를 다르게 쓴 서한 등을 통해 우리의 역사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국제사 속에서 파악해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런 점에서 한국 독자들에게는 필독할만한 가지차 있다.
이 책에서 다르는 주제는 천황제와 관련하여 중세시대부터 근대까지 역대 막부 정권과의 역사적 관계를 말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일본의 정치 체제의 구조와 구성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일본 역사에서 천황제는 가마쿠라막부 시대를 기준으로 조선시대처럼 직접 통치 체제와 중국 후한시대의 황제처럼 상징권력의 허수아비 체제로 나누어질 수 있다.
정치세력들에 의해 천황 가문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이 책의 주된 내용으로 천황의 전폭적인 도움이 있어야만 권력을 얻게 되지만 재정이 열악하여 천황가를 박대하는 아시카가의 가마쿠라막부, 천황가를 우습게 여긴 오다 노부나가, 천한 신분 출신의 컴플렉스로 인해 천황가에 철저히 굽히고 이용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 마지못해 천황가의 명맥 유지만 하던 도쿠가와의 에도 막부 등이 소개된다.
한국이나 중국처럼 외부인의 입장에서 국가 최고 무력과 통치 권력을 가진 세력이 굳이 천황을 멸종시키고 자신의 천황의 위치를 대신하려 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저자는 일종의 열린 결말 형태로 독자에게 맡기고 있지만 어느 정도는 추측해볼 수 있는 단서는 있다.
역대 최고 정치 세력들이 천황의 위치를 이용하여 권력을 유지하다 보니 천황제의 덫에 빠져버렸다는 표현으로 미루어 보자면, 천황은 천신 아마테라스의 후손이라는 신격화된 상징으로 대중들에게 수용되어 버렸기 때문에 이미 인간의 권력으로 처리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느낀 것들이 몇가지가 있다. 우선, 임진왜란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관한 부분들로 히데요시의 전쟁 발발 원인이라든가, 임진왜란을 위한 전쟁 준비 과정과 전개 시점에 일본 내에서의 막부세력과 천황가의 움직임 등이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명제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히데요시가 차지했던 서일본 지역의 수군 외양 다이묘들의 영지이면서 도쿠가와 막부의 억압으로부터 천황의 왕정 복고 운동인 메이지 유신을 주도했던 초슈 지역의 바로 현재의 일본 집권 세력인 자민당 정권의 핵심 지역인 야마구치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그저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디.
전반적으로 일본 정치 체제에서 중요한 요소인 천황제의 위치와 역할, 그리고 의미에 대해 역사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