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도로변 차 안에서 흉기에 찔린 사체가 발견된다. 피해자는 정의로운 국선 변호인으로 명망이 높던 변호사로 주변 사람들 모두 그에게 원한을 품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고 증언한다. 살해 동기도 짐작되지 않아 수사가 미궁에빠질 뻔했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범인이 자백을 하며 해결되어 버린다. 게다가 그는 33년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살인사건의 진범이 바로 자신이라고 밝히며 논란을 일으킨다. 그렇게 30여년의 시간차를 두고 일어난 두 개의 살인사건에 대한 진상을 파헤쳐 나가는 이갸기가 이 작품의 주요 플롯이다.
흥미로운 것은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경찰이 아니라, 가해자의 아들과 피해자의 딸이라는 점이다. 두 사람 모두 사실을 납득하지 못했다, 그들의 아버지의 평소 가치관으로 보아 그런 행동을 했을리가 없다고 믿고, 분명히 다른 진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경찰 수사가 끝났지만 진실을 밝혀내려고 한다. 서로 적의 입장이 되어야할 가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이 한팀이 되기로 한다. 그렇게 빛과 그림자, 낮과 밤, 마치 백조와 박쥐가 함께 하늘을 나는 듯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작가는 소설 전체에 걸쳐 현대사회의 불관용과 온라인상의 폐해, 악의 문제를 이야기한다. 또 소문에 소문을 타고 들은 이야기가 사실과 진실로 둔갑하고 이를 근거로 사회적 판결을 내리는 게 정당한지 묻는다. 공소시효 폐지의 소급 적용 문제, 형사재판 피해자 참여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에 범죄자와 가족 신상 털기, 공판 절차의 허점 등 굵직하고 무거운 사회적 이슈를 다루며 우리 사회를 숙고해보게끔 한다.
30년 시간차를 두고 일어난 두 개의 살인 사건과, 이에 얽히는 인물들이 저마다 진실을 좇아가는 장대한 이야기를 탄탄한 틀 안에서 흡인력 있게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굵직한 사회적 논의를 아우르면서도 추리소설 본연의 재미를 잃지 않으며 차곡차곡 서사를 쌓아나가 놀라운 결말에 다다른다.
소설을 읽고 죄와 벌의 단죄는 누가 할 수 있는가, 최근 인터넷등에서 흔히 일어나는 범죄자에 대한 신상털기는 정당한 일인가 의문을 갖고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