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세계사를 총 30개 도시의 역사를 통해 단순하고 명쾌하게 풀어냈다. ‘도시는 역사가 만든 작품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세계사는 도시 문명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그렇기에 세계 주요 도시들이 어떤 역사를 거쳐 지금 모습에 이르렀는지 살펴보는 것은 세계사의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다.
세계 문명을 좌우한 로마, 아테네, 파리는 물론 장안, 앙코르, 교토까지 세계사를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도시들을 폭넓게 다루었고, 각 도시의 전문가들이 꼭 알아야 할 핵심 지식을 엄선하고 감수했다. 세계사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 다시 공부하는 사람 혹은 기초부터 교양을 쌓고 싶은 사람,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 모두에게 적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더불어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 도시의 모습이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다가오는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말,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역사는 대체로 재미가 없었다. 시험에 나오는 중요한 사건과 연도를 외우는 공부는 우리의 시야를 넓히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을뿐더러 시험이 끝나면 기억도 잘 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는 냉전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때의 세계사는 지금 우리가 배워나가는 세계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의 각 도시를 통해서 알아보는 세계사다. 먼저 바빌론과 예루살렘을 시작으로 중국의 장안으로 넘어갔다가 일본의 교토를 넘나들기도 한다. 때로는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로 또다시 베이징으로 그리고 모스크바, 베네치아는 물론 런던과 뉴욕을 오가기도 한다. 그리고 인도의 델리나,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다시 두바이까지도 간다. 그런데 대부분의 도시는 뺏고 뺏기는 식민지의 역사 속에 생성되고 파괴되고 복구되고 또 산업화에 따라 인구가 이동하며 빠르고 또 새롭게 생성되었다 소멸되어 갔다
이 책은 사진과 그림, 지도가 비교적 많이 첨부되어 있어서 책을 읽다가 궁금해서 검색을 해볼까 싶을 때쯤 사진이 짠! 하고 나타나서 좋았다. 덕분에 책 한 권으로 마치 세계 일주라도 한 기분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책 한 권에 30개나 되는 도시를 담다 보니 내용면에서 상당히 압축된 측면이 많이 보인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듯) 그래서 더 알고 싶은 사건이나 건물들은 따로 메모를 해 놓긴 했다. 언제 다 찾아볼는지는 나도 사실 알 수가 없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30개 도시에 우리나라 도시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서울이 이 책에서 빠지다니! 이건 좀 말이 안 되지 않나? 저자가 아직 서울에 대한 진면목을 알아보지 못한 것 같다.
바빌론이라는 유명한 고대 도시가 있었다. 인류 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있었던 도시이고, 헤로도토스는 '전 세계 어느 도시보다도 아름답고 장엄하다'라고 평가를 할 정도였다. 바빌론은 성경의 '바빌론 유수'라는 이야기로 등장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바빌론 유수'란 신바빌로니아 왕국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유다 왕국 예루살렘을 공격하여 바빌론이란 도시로 유대인을 끌고 갔던 사건을 말한다. 이후 두 차례 더 유대인을 포로로 끌고 간다. 그렇게 3차 유수 이후 40여 년 뒤에야 유대인들이 바빌론에서 이스라엘로 돌아갈 수 있었다. 유대인들은 어떻게 되돌아갈 수 있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현재 이스라엘의 앙숙이라 할 수 있는 이란이란 나라의 은혜 때문이었다. 당시 신바빌로니아가 페르시아(현재 이란) 아케메네스 왕조에게 정복을 당했고 키루스 2세가 귀환해도 좋다는 포고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유대인들은 귀환하려 들지 않았다고 한다. 포로로 끌려왔다고는 하지만 종교 박해를 한 것도 아니고 이스라엘에서 살 때보다 더 풍요롭고 안전하다고 느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세기가 흐른 지금 이스라엘과 이란은 철천지 원수가 되어있다. 인도 유럽어족에게 은혜를 받은 셈족이 오히려 원수로 되돌려 주고 있다. 중동 셈족의 피는 원래 계산에 빠르고 피도 눈물도 없는 것인지.
바빌론에는 '바빌론의 공중정원'이라는 아주 유명한 장소가 있다.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왕비 아미티스를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대부분 무너지고 사막화가 되었지만 함무라비 법전으로 유명한 바빌론은 성서에도 나오는 바벨탑이 있었을 만큼 유명한 도시였다. 하기야 '길가 메가 서사시'를 '노아의 방주'로 둔갑시켜 자신들의 구약에 도용해 놓은 걸 보면 유대인들이 상당히 부러워했다는 것을 짐작케 할 수 있다. 인류 최초의 저작권 침해 사례가 아닐까 싶다.
이렇듯 우리가 여러 역사를 배우고 서로 교차하면서 연구해야 하는 이유도 헛소리를 늘어 놓는 사기꾼들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점은 이스라엘 유대인들이 이슬람이 아닌 기독교인에 의해 더 박해를 받았고 더 많이 죽음을 당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유대인과 이슬람 아랍인은 같은 셈족이다. 그러나 기독교를 믿는 민족 대부분은 인도 유럽어계 민족에 속한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도시 중에서 중국의 '장안'과 프랑스 '파리'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주나라, 진나라 때부터 자리를 잡았던 장안은 당나라가 멸망할 때까지 건재했었으니 중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과거의 국제도시로서 불교는 물론 도교, 조로아스터교, 그리스도교까지 혼재되었던 대단히 다문화 다국적 사회였다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또한 파리는 센 강의 작은 섬으로 출발했지만 혁명과 전란을 거치고 68운동의 중심지로서 유럽을 넘어 세계에까지도 변혁운동에 영향을 미친 도시었다. 지금 '자유'의 상징이 된 파리의 시민들은 스스로 이루어낸 프랑스혁명과 파리의 도시개발 등에 대한 자부심도 상당하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세계사 공부는 정말 꾸준히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모르는 사건들이 다반사다. 그렇지만 나중에 이 조각들이 서로 연결되어 퍼즐 맞추듯이 맞아 떨어진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싶기도 하다.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역사를 안다고 해서 무슨 쓸모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저 지금 내가 살아 존재하는 이 세계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아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