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아름다움
-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허무함에 잠겨 괴로워할 때면, 긴 여행을 떠나곤 했었다. 이제와서 돌아보면 여행을 결심할 무렵의 나는 여행을 통해 만성적인 무기력을 떨쳐내고 나를 살아가게 할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것 같다. 그렇게 긴 여행들은 끝났고, 과연 나는 그 여행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았을까.
그 질문에 맞다고도, 아니라고도 자신있게 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여행이 사람을 바꾼다.' 라고 맥락없이 던져진 말들에는 회의적인 편이다. 누군가에겐 여행이 그저 꽤나 사치스런 소비행위에 그치기도 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 여행 전으로 되돌아가도 다시 여행을 가겠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몇 번이라도 다시 가겠다 답할 것이다. 여행 그 자체가 나를 바꾸었다기 보다는, 여행을 통해 마주한 세상은 내게 순간의 소중함을 가르쳐주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조르바가 역설한 것처럼, 거창한 가치들을 좇는 대신 순간순간 피어나는 아름다움들에 귀기울이는 즐거움을.
의미 없는 삶에서 의미를 질문하면 필연적으로 허무해질 수밖에 없다. 의미는 주체적으로 스스로의 삶에 부여하는 것이며, 그 의미의 대상은 거창한 것들이 아닌 매일 우리 주변을 감싸는 일상 속에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삶을 대하는 이러한 태도에 가장 부합하는 캐릭터가 조르바인 것 같다고 이 책을 읽으며 느낄 수 있었다.
조르바가 살아가는 방식처럼 결국 행복의 비결은 주체적인 삶에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시선과 바람에 이끌려 자신의 인생을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고민하여 찾아낸 의미를 자기 삶에 부여하고 그 가치를 좇아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길지 않은 인생이었지만, 내 삶만 돌아봐도 기억에 남고 행복했던 순간들은 그런 순간들이었다. 비록 그 과정 속에서는 힘들고 어려웠을지 언정, 끝까지 내가 선택한 길과 방식으로 목표에 다다랐던 기억들.
다시 한 번 내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앞으로 내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