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라는 언론인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언론인 순위 1위에 뽑히고 있는 국민들 누구나가 인정 할 만한 언론인 일 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 책을 펴내고 순회특파원으로 국내를 떠났다고 한다. 그동안 그가 언론인으로서 겪어온 모든 것들을 담아낼 수 는 없었겠지만 인간적인 고뇌와 언론인의 중립성 사이에서 얼마나 본인만의 원칙과 동료 후배들을 위해 마음을 써왔는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여는 글은 S그룹의 한 임원으로부터 선물 받은 최신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도 못하고 돌려보내지도 못한 내막에 대한 고백이다.
사명감을 갖고 일을 하다 보니 해당 기업을 초상집 분위기로 만들어버린 자신과 뉴스룸의 소신은 참으로 불편한 오해를 낳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아 자연스럽게 인연이 끝난 오랜 지인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진행하는 동안 정권의 눈 밖에 나면서 오래 호흡을 맞춰온 시사평론가 김종배부터 차례로 잘려나가는 현실 고백에서부터 100분 토론 하차 과정, JTBC로 옮겨 가 뉴스룸을 이끌고 결국 하차하게 된 배경들이 항간에 떠돌던 여러 억측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대중의 아무말 대잔치였나 싶을 만큼 잔잔한 강물처럼 밀려온다.
지주반정(砥柱反正)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 도도히 흐르는 강물 한가운데 끄떡 없이 자리를 지키던 중류지주의 바위 같은 존재로서 자신의 삶을 되짚어본다. 언론인이라면 반드시 이 말을 새겨야 한다고 본다.
세상이 다 아는 특종들의 탄생 과정과 제보자, 관련자, 동료들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를 어떤 것은 당사자의 몫으로 남겨두기 위해 엄격한 사생활 보호 기준과 절제된 감정으로 담아내고 있다.
200일 넘게 세월호 참사 현장을 생중계, 국정 농단과 대통령 탄핵, 여검사로 시작해 유력 대권주자의 구속 과정에서 보여준 미투,남북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 등 어젠다 키핑(Agenda Keeping)의 중요성과 우리 사회는 물론 세계 언론사에 길이 남을 보도의 뒷얘기는 독자의 성향에 따라 자화자찬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고, 몇 가지 쟁점들에 관한 자기변명으로 매도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으나 결국 깊고 진중한 저자의 소신과 철학을 보여준다.
‘쓰레기 소굴이라 불리는 곳에선 쓰레기만 살아남는다. 깨끗한 모든 것은 시든다. 나쁜 기자들은 어떤 모욕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한줌 권력, 공짜 잿밥에 목매는 사람은 어디든 있기 마련이다. 기레기라는 말로 인해 기레기가 득세하게 되는 역설을 누가 바로잡을 것인가.’ 진영 논리에 따라 언론을 비하하는 ‘기레기’에 관한 소신은 한국일보 최문선 칼럼의 인용이 인상적이었는데 그것은 비단 언론뿐 아니라 정치가 더럽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한다.
어젠더 키핑과 맞물려 종종 등장하는 전문용어 ‘런다운’ 과정의 기록들은 뉴스 진행자이자, 경영자이자, 수많은 후배 기자들의 롤 모델로서 책임감과 고뇌가 읽어진다. 최순실 태블릿 취재를 완전히 끝내 놓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 사건과 보도의 시점을 고민한다든지, 타 언론인들의 선정적인 가짜 뉴스 생산으로 곤혹스러웠던 과정과 피해 당사자로서 뒤늦게 토로하는 섭섭함 등이 있고, 불행한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는 우울한 마음의 기록들이 참으로 섬세하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이며 확신이 섰을때 비로소 절제된 언어로 보도를 하는 그의 말은 그만큼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믿음과 공정한 보도의 확신을 준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사이사이 적어두었는데 이는 항간에 본인에 대한 루머를 해명하고 그동안 거의 베일에 싸여있다시피 했던 본인과 본인 주변에 대해 독자들로 하여금 오해를 북식시키기 위한 우회의 방법이었던 것 같아 인간으로서의 손석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모든 사건은 각기 다른 진실을 가지지 않지만 그것을 누가 어떻게 해석하는냐에 따라 듣고 보는 이들의 인식은 천지차이일 것이다. 무조건적인 비판 무조건적인 우호를 철저히 경계하고 항상 "왜?"라는 질문을 하는 언론인, 그로 인해 진실을 전달하는 언론인이 손석희 이후로 또 우리나라에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