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 분야 외과 전문의 이국종. 이 책은 그의 자서전이 아니다. 중증외상 분야의 의료 현실이며, 대한민국 약자들이 놓인 현실이다.
죽은 사람을 되살릴 방법은 없다. 그러나 살릴 수 있는, 예방 가능한 사망이라면 얼마나 큰 미련이 남을까. 상황과 여건이 되었다면 살릴 수 있었을 그 수 많은 생명을 떠올리면서 미련과 후회를 매일, 매주, 매년 처절하게 느껴야만 하는 의료진들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을까. 국가와 사회, 의학계가 돈과 권위에 휘둘리지 않고 모든 생명을 평등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의 미래를 지켜줄 수 있지 않았을까. 어린 아이들도 알 법한 옳은 일인데, 사람의 욕심과 돈이 뒤엉키면서 어째서인지 옳은 일도 옳지 않은 일이 되고 말았다. 늘 그렇듯, 돈이 문제였다.
의사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적어도 의사라는 길을 고민했고 선택했다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잊어선 안 된다고 본다. 다른 직업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양심, 책임감을 갖고 업에 임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환자의 건강을 위해 온 힘을 쏟은 의사들이 있었기에 의사는 존중받고 권위를 부여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껏 그 의사들이 피땀으로 얻은 믿음에 편승해 이익만 취하려는 자를 우린 의사로 인정해줘야 할까. 그들은 자기 자신을 의사라고 칭하는 데 일말의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는 걸까.
반면 이국종과 그의 팀,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아무런 체계도 지원도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생명의 무게를 돈으로 가늠하지 않았고 환자를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죽음의 문턱 위에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 아닌, 우리가 존경했고 존경할 수밖에 없는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의료기사, 소방대원, 경찰들의 이야기가 지면을 한가득 채웠다. 아직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책을 읽는 내내 "낭만닥터 김사부"가 많이 떠올랐다. 과연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법한 의사선생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