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공지사항 FAQ QnA
  • New Arrival
  • BestBooks
  • Category
  • Book Cafe
  • My Books
  • 후기공유
  • 읽고 싶은 책 요청
유지니아
5.0
  • 조회 403
  • 작성일 2022-04-25
  • 작성자 신승희
0 0
온다 리쿠의 <유지니아>를 고른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책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15년 만에 개정판이 출간됐다는 이 책은 제목보다는 일러스트 같은 표지 이미지가 더 부각된 느낌이었는데, 붉은 꽃(이유에 알게된 건 이 꽃이 '백일홍'이라는 것)과 대조되는 하얀 손이 비밀스럽고 기묘해서 눈길이 갔다.
이 책을 고른 두 번째 이유는, 한 동안 손이 가질 않던 일본 추리소설이 읽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마지막 이유는 언젠가 친구에게 '온다 리쿠'라는 작가를 추천받은 적이 있고, '그래, 한 번 읽어 볼게'라고 숙제처럼 남은 흘러간 약속이 때마침 떠올라서였다.

숙제하는 마음으로 펼쳐든 이 책은 ‘어떠한 사건’을 배경으로 삼아 20년 뒤 누군가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시작된다. 각 장마다 인터뷰 대상이 다르고, 어떤 장에서는 3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도 한다. 인터뷰어가 누군지는 나오지 않지만, 각 인터뷰 대상은 20년 전 일어난 한 사건의 관계자들이다. 20년 전의 사건은, 호쿠리쿠 지방 K시의 유지로 존경받는 의원인 아오사와가 저택에서 벌어진 독살 사건이다. 3대의 생일이 모두 같은, 때마침 그 댁 할머님의 미수를 축하하는 잔칫날 '그 일'이 일어나게 된다. 가족들은 물론이고 동네 사람도 여럿 놀러 온 때 정체불명의 사내가 독극물을 탄 음료수를 배달한 것. 열일곱 명이 희생되고 현장에 남은 건 앞을 못 보는 소녀뿐이다. 마을에 혼자 살던 청년이 자백 메모를 남긴 뒤 자살해 사건은 종결되지만, 진범이 따로 있다는 의혹과 마을 사람들의 허망함은 해소되지 않는다. 그로부터 10년 뒤, 어린시절 그 사건의 관계자이기도 한 사이가 마키코는 늘 마음 한 켠에 남아있던 의문인 독살 사건을 다시 재조명해 <잊혀진 계절>이라는 책을 내고 이 여자가 정체불명의 인터뷰어의 첫 번째 인터뷰 대상이 된다. 이어서 담당 형사, 독을 마시고 생존한 가정부, 범인을 따랐던 동네 아이, 현장에서 살아남아 이제 중년이 된 눈먼 소녀까지…. 《유지니아》는 마치 만화경처럼 각기 다른 색깔의 목소리를 교차하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독자는 사건을 파헤치던 끝에 결국 진실이란 무엇인가를 묻게 된다.

「논픽션? 난 그 말 싫어요.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고 주장해도, 사람이 쓴 것 중에 논픽션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저 눈에 보이는 픽션이 있을 뿐이죠. 눈에 보이는 것조차 거짓말을 해요. 귀에 들리는 것도, 손에 만져지는 것도. 존재하는 허구와 존재하지 않는 허구, 그 정도 차이라고 생각해요.」 - p.22

과거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고, 혼란에 빠뜨린 충격적인 사건은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 재조명된다는 데에서 진범은 누구인가를 쫓는 듯하지만, 사실은 ‘그날의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는 점이 이 책이 전하는 바가 아닌 가 생각해보게 된다. 책의 내용에서도 반복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는데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의 주관이 섞이면 그건 더 이상 ‘사실’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각 장마다 나오는 인터뷰 대상들도 각자의 상황과 입장에서 과거의 사건을 회상하다 보니 어렴풋이 아오사와가의 눈 먼 소녀가 사실은 범인 아닐까하는 의구심이지, 확실히 범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사실’은 밝힐 수가 없는 것이다.

결말에 다다라서도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없는 모호함이 읽는 사람에겐 마뜩찮은 부분이지만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라는 수식어가 붙은 온다 리쿠답게 그녀의 문장과 필력은 충분히 감탄할 만 했다. 20년 뒤의 시점은 과거의 그 해 여름과 비슷한 시기인 걸 읽다보면 알 수 있는데, 여름의 후텁지근하고 숨이 턱하고 막히는 그 계절감과 공간감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문자로서 풀어낼 수 있을까 신기했다. 마치 그 장소에 내가 불려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첫 장을 펼쳐서부터 끝맺을 때까지 금세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책은 꽤나 술술 읽히지만 사건 관계자들의 인터뷰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다보니 사건의 흐름이 조각조각 퍼즐을 맞춰가듯 이어지기 때문에 이 책은 다시 한 번 더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말은 모호하지만 나 스스로가 분명 빠뜨린 단서가 있지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등록
도서 대출
대출이 불가능합니다.
취소 확인
알림
내용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