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문화유산 답사를 남도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하니 다소 이외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었다. 흔히 역사의 흐름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경주나 궁궐을 품고 있는 서울을 답사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수많은 역사적 장소를 오랜기간 방문하고 경험한 결과 문화유산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전달해준 곳이 강진과 해남 등 남도라고 밝히고 있다. 과연 저자가 느꼈던 경험은 무엇일까?
남도 답사는 월출산을 맞이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월출산은 4계절 모두 고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남도의 대표적인 명산이다. 특히 월출산 정산에서 내려다 보이는 만도의 정취는 그 무엇으로도 표한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월출산 도갑사는 관음 32응신도를 간직하고 있던 곳으로 유명한 사찰이다. 관세음보살이 32가지로 변신하여 중생을 구제한다는 내용의 관음32응신도는 불행히도 일본으로 건너가고 말았다. 아마도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서 약탈해 갔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월출산을 지나 강진으로 들어서게 되면 저자가 꼽은 3대 한정식집을 찾아볼수 있다. 영희네집, 천일식당, 해태식당 등 소위 가성비도 좋으면서 맛도 좋은 식당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경험해본 곳이 한곳도 없다.
강진은 다산초당으로 유명하다. 정약용이 강진엣 유배시절 머물며 그 유명한 [목민심서]를 집필한 곳이기도 하다. 강진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백련사의 자취를 발견할 수 있다. 임진왜란 당시 왜구를 막기 위해 사찰 주변에 방어벽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금은 그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강진을 지나 남쪽으로 약 1시간 가량 내려오게 되면 해남의 유명한 대흥사에 들를 수 있다. 대흥사는 국가에서 지정한 보물이 3개나 보존되고 있는데 그보다 더 유명한 것은 서산대사 이래 13대종사와 13대강사의 납골이 모여져 있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를 승탑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문화유산과 불교는 서로 대단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역사적으로 불교를 숭상하였기에 전국에 많은 사찰이 건축되었고 수많은 유물과 역사적 자료들이 남아기 때문이다.
남해에 이어 찾은 충청도 기행에선는 예산 수덕사를 빼놓을 수 없다. 충청도는 백제가 창건된 지역으로 수덕사는 백제시대 문화유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특히 기품이 서린 대웅전과 7m에 달하는 미륵보살입상이 볼만하다.
충청도에 이어 답사한 경주는 말 그대로 문화유산의 보고라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일어난 수많은 전쟁으로부터 거의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이기 때문에 신라시대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경주를 제대로 돌아보고 이해하려면 최소한 한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석굴암, 석가탑, 고선사탑, 태종무열왕릉, 황룡사 9층탑 등 셀수도 없이 많은 문화유산들이 지척에 널려 있는 곳이 바로 경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런한 유적들은 진평왕과 선덕여왕 시절 대부분 만들어진 것이다. 천문을 관측하기 위해서 만든 첨성대, 높이가 무려 80미터가 넘는 황룡사 9층탑을 보노라면 당시 천문학과 건축기술, 예술적 감각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짐작할 수 있다.
경주에 이어서 관동지방으로 문화유산 답사는 계속 이어진다.
강원도의 대표적인 사칠은 양양 낙산사다. 그러나 저자가 주목한 곳은 낙산사에서 대략 8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진전사, 그리고 진전사 내에 자리잡은 까만 3층 석탑이다. 석탑에는 다른 탑에서 보기 힘든 정교하고 아름다운 8분의 화불이 조각되어 있다. 신라시대 화려한 조각문화를 멀리 떨어진 동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다.
동해에서 남으로 이동하여 문경에 다다르게 되면 봉암사를 만날 수 있다. 봉암사는 신라시대 창건한 사찰로서 고려시대 많은 고승을 배출하여 불교중흥을 이룩하는데 크게 기여한 사찰이다. 봉암사에는 다섯가지 국가보물이 있는데 그것은 삼층석탑, 지증대사 적조탑과 비, 정진대사 오탑과 비 이다. 담양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곳으로는 소쇄원을 들 수 있다. 소쇄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간 원림으로서 조선시대 도가적 삶을 산 선비들의 만남과 교류의 장으로 사용된 곳으로 탁월한 경관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문화유산이다.
여러 차례 담양을 방문했었음에도 소쇄원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갑다.
나의문화유산답사기를 읽고 나니 여러 지역을 과거에 방문했었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른다. 아쉬운 것은 그 지역을 방문했어도 저자가 소개한 문화유산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음을 실감하는 것이다. 저자가 소개한 장소를 하나 하나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