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동 골목에 자리한 alwalys편의점은 지금은 좀처럼 만나 볼 수 없는 사랑방 같은 곳이다. 각자의 삻의 무게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난로를 제공하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관계를 만들어낸다.
소설은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는 진실을 일곱편의 에피소드를 통해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고등학교 역사를 가르치다 정년퇴임하여 매사에 교사본능이 발동하는 염여사를 필두로 20대 취준생 알바 시현, 50대 생계형 알바 오여사, 매일밤 야외테이블에서 참참참(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세트로 혼술을 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의료기기 영업사원 경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청파동에 글을 쓰러온 전직 배우이자 30대 희곡작가 인경, 자신에게 배당되어진 유산이라고 믿어의심치 않는 편의점을 팔아치워 자신의 사업 재기자금을 꿈꾸는 염여사의 아들 민식, 민식의 의뢰를 받아 독고의 뒤를 캐는 사설탐정 곽, 그리고 과거를 잊고 서울역 노숙자가 되어 염여사의 지갑을 찾아주면서 염여사와 인연을 맺게된 독고씨.
개성가득한 인물들은 각각의 녹록치 않은 사연들을 가지고 독고씨의 편의점에서 조우하게 된다.
지극히 현식적인 삶의 무게를 어떻게 해결하는 걸까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인생은 원래 문제해결의 연속이라고, 그리고 어차피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나마 괜찮은 문제를 고르려고 노력할 따름이라는 인경의 말처럼 삶의 질은 충분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좀 더 괜찮은 선택을 하는 지혜를 터득하기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행복은 원가 얻으려고 가는 길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자체가 행복이라고. 그리고 니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해야 한다는 밥 딜런의 할머니의 말처럼 희수샘의 친절로 인경은 독고씨와 만나게 되고 결국 포기하려고 했던 희곡을 완성해 편의점을 떠난다.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 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주유소에서 나는 기름만 넣은 것이 아니라 아예 차를 고쳤다. 고쳤으면 떠나야지. 다시 길을 가야지. 그녀가 내게 그렇게 말하는 듯 했다."
독고씨 또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마주할 용기를 얻고 이제까지의 삶을 뒤로 한 채 자신의 길을 찾아나선다.
강제로 기억하려 하지 않았던 독고씨의 과거는 편의점 야간알바를 하고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밝혀지게 된다.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살기로 했다. 죄스러움을 지니고 있기로 했다. 도울 것을 돕고 나눌 것을 나누고 내 몫의 욕심을 가지지 않겠다. 나만 살리려던 기술로 남을 살리기 위해 애쓸 것이다. 사죄하기 위해 가족을 찾을 것이다. 만나길 원하지 않는다면 사죄의 마음을 다지며 돌아설 것이다.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 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야겠다."
과거,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살면서 의료사고를 내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던 독고의 다짐이 인상깊다. 누군가의 인생을 의도치 않게 망쳤더라도 이정도의 반성은 마땅할 것이다.
중간중간 웃음을 유발하고 등장인물 중 한사람은 반드시 곁에 있을 것만 같은 반가운 전개를 택한 소설은 서민들과 어울리는 편의점이란 장소를 잘 활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편의점의 옥수수 수염차가 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진 못하더라도 뭔가 풀리지 않는 날, 벚꽃이 날리는 골목 어디쯤 있는 편의점이 생각날 거 같다. 거기 옥수수 수염차도...
사람사이의 관계란 처음부터 따뜻하거나 친절하진 않다. 관계의 진입이 쉬운 가족조차도 말이다. 들어주고 마음을 써주고 상대의 처지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관계는 그제서야 시작이 된다.
그런 시선을 건네는 것이 불편해진 시대에 소설같은 일이 우리 일상에 자리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게 만든 '불편한 편의점'이 그래서 불편한 건 아닐까? 역설적으로 행복한 해피엔딩을 맞게 하는 소설이 단지 픽션이라서 불편한 편의점이 된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