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직 이 책 한권을 쓰기 위해 태어났다."라고 한 오자이 다사무의 말을 인용한 책 표지글에 이끌려 문득 선택한 책~
이 책을 읽은 느낌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건 뭐지'라고나 할까?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묘한 느낌을 나에게 주었다.
젊은 나이에 스스로의 생을 마감한 작가의 책 제목인 만년은 열다섯편의 단편 목록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각각의 단편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로서의 고뇌와 시대적 배경 그리고 여러 생각들을 나의 기준에서 다시 한번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섬세한 감수성과 예술에 대해 헌신하는 그의 삶의 태도 및 소설가로서의 고뇌와 끊임없이 좋은 글을 쓰고 싶어하는 모습이 여러 소설속의 자전적 모습으로 투영되어 보였다.
각각의 단편 소설 속에 나타난 작가의 정신세계와 기억나는 여러 문장을 정리해본다.
예술의 미는 결국 시민을 위한 봉사의 미다.(잎)
안락한 생활을 할 때는 절망의 시를 짓고, 납작 꺾인 생활을 할 때는 삶의 기쁨을 써 나간다.(잎)
나는 지고 있는 꽃잎이었다.
약간의 바람에도 파르르 떨었다. 타인으로부터 아무리 사소한 멸시를 받아도 죽을 듯이 괴로웠다.
나는 내가 머지않아 꼭 훌륭한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영웅으로서 명예를 지켜 가령 어른이 얕보는것조차 용서할 수 없었으므로, 이 낙제라는 불명예도 그만큼 치명적이었다.(추억)
부끄러운 기억에 사로잡힐 때는 그걸 떨쳐 내기 위해 자아, 하고 혼자 중얼거리는 버릇이 내게 있었다.
간단해. 간단해. 라고 속삭이며 여기까지 허둥지둥 돌아다닌 내 모습을 상상하고, 물을 손바닥으로 떠서는 흘리고 떠서는 흘리고 하면서 자아, 자아, 하고 몇 번이고 말했다(추억)
난 일본 북쪽의 해협 근처에서 태어났어.
밤이면 파도 소리가 희미하게 철썩철썩 들렸지. 파도 소리는 참 좋아. 어쩐지 두근두근 설레게 해(원숭이 섬)
아름다운 감정으로, 사람은 나쁜 문학을 만든다.(어릿광대의 꽃)
사실 내가 이 소설의 한 장면 한 장면 묘사 사이에 '나'라는 남자의 얼굴을 내보여,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걸 한바탕 줄여놓은 것도, 교활한 생각이 있어서였다.(어릿광대의 꽃)
진정한 행복이란 바깥에서 얻어지는 게 아니며 자신이 영웅이 되건 수난자가 되건, 그 마음가짐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으로 나아가는 열쇠다.(원숭이 얼굴을 한 젊은이)
우선 당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고, 아니에요. 이유 따윈 없어요.
와락 좋은 걸요. 아아아. 그대, 행복은 바깥에서? 안녕, 도련님. 더욱 악동이 되길.(원숭이 얼굴을 한 젊은이)
거짓말은 범죄에서 발산되는 소리 없는 방귀다.(로마네스크)
지나친 흥분이야말로 거짓의 결정체다.(로마네스크)
나는 자세의 완벽성에서 점점 동떨어지듯 짐짓 내보이면서, 언제 다시 거기로 돌아가도 상처가 없도록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며 펜을 잡고 써 왔다.(완구)
사물의 이름이란 그게 어울리는 이름이라면 굳이 묻지 않더라도 절로 알게 되는 법이다.
나는 내 피부로 들었다. 멍하니 물상을 응시하고 있노라면, 그 물상의 언어가 내 피부를 간지럽힌다.(완구)
난 좀 더 특별한 진짜배기를 응시하고 있지. 몰라도 상관없어.
인간을. 인간이라는, 말하자면 시장의 똥파리를. 그러므로 나에겐 작가야말로 모든 것이지. 작품은 무다.(도깨비불)
물레방아는 어둠 속에서 천천히, 천천히 돌고 있었다.
여자는 빙그르, 남자에게 등을 돌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남자는 담배를 피우며 그 자리에 머물렀다. 불러 세우지도 않았다.(도깨비불)
아무것도 쓰지 마. 아무것도 읽지마.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오직, 살아만 있어!(장님이야기)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작가의 간절한 열망, 다소 어두운 면과 난해한 부분이 있는 소설이었지만 작가의 정신세계와 내면을 잘 표현한 소설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 문득 마음속에만 오래두고 있었던 글쓰기를 시작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듬은 무엇 의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