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미술에 대한 지식수준은 수채화와 유화를 구분하는 정도이고, 고흐, 고갱, 모딜리아니, 이중섭 같은 유명 화가들 뿐이다.
현대미술의 경우 대부분 이해를 못 하고 난해하다고 느낄 뿐인 소시민이다.
다만, 간혹 그림들을 보며 마음에 편안해지거나 유독 인상적이었던 그림들도 있다. 해바라기, 진주귀걸이를 단 소녀 같은 그림들이다.
이런 느낌을 좀 더 간직하고 싶어서 이 책을 선택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글자와 그림이 비슷한 지면을 차지하는 책이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 그 그림들은 명화이기도 하다.
이 책은 Work, Relationship, Money, Time, Myself로 구성된다.
각 주제에 따라 작가가 생각하는 그림들을 배치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작가의 생각에 모두 공감되지는 않는다. 예컨대 행복하면 핑크를 빼놓을 수 없다는 부분이 그렇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그네' 라는 이름을 가진 그림은 그네타는 여성의 분홍색이 유난히 두드러지는 그림이다.
감옥의 수용실 색을 분홍으로 바꿨더니 죄수간 폭력이 누그러졌다는 글이 곁들여 있지만,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수록된 그림중 인상깊은건 정선의 인왕제색도이다. 학생시절 책에서 본터라 익숙해서일지, 또는 나의 정서인지 모르겠지만 이 그림은 내 마음에 울림을 준다.
이 책의 저자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같다.
이 책을 받고 좋았던 부분은 실제 그림을 만지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손에 물간이 묻어난다거나 질감이 느껴지는건 아니다. 단지 대량의 인쇄물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실제 그림을 보는 느낌을 준다. 아마도 책 표지가 일조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래서 누군가 이 책이 어떤지, 소장할 만한지를 묻는다면 서슴없이 yes라고 할 수 있다.
이북으로 통용되는 전자도서로 짜투리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나에게 이런 질감있는 책은 이질적이지만
한편으론 전자도서로는 충족되지 않는 책에 대한 욕구를 이 책이 일정 부분 채워주는 듯 하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동양화가 적다는 것이다. 제2권이 출판된다면 동양화와 조각들의 사진이 곁들여진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